케이팝 아이돌을 꿈꾸던 외국인, 구제사례

밤을 건너는 춤

by 백수웅변호사

K양은 인천공항에 첫발을 디뎠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국에서 아이돌 데뷔, 가능해요. 숙소까지 다 준비돼 있어요.”

브로커의 메시지는 어느 빈곤한 시골 소녀에게 너무 달콤했다.


하지만 숙소로 안내된다던 차는 낯선 지하 골목에서 멈췄다.

“여기… 맞나요?”

브로커는 무표정하게 여권을 빼앗아 들었다.

“아이돌? 그런 건 나중이지. 우선 여기서 일해. 몇 주만 하면 된다.”


낯선 언어, 향락과 소음이 뒤섞인 공간, 그리고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는 접객 강요.

그녀의 꿈은 그렇게 첫날 밤에 무너졌다.


그러다 어느 새벽, 업소 문이 잠시 열린 순간 K양은 뛰었다.

“잡아!!” 뒤에서 날아온 고함.

발바닥이 찢어지는 느낌도, 살을 파고드는 칼바람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손전등 불빛이 그녀를 비췄다.


“출입국관리사무소입니다. 신분증 제시해 주세요.”


그녀는 울부짖었다.
“저… 속았어요. 불법 하려고 온 거 아니에요…”


그러나 돌아온 말은 차갑기만 했다.

“체류자격 외 활동은 강제퇴거 사유입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삼켰다.
도망쳐도 절망, 잡혀도 절망이었다.


며칠 뒤, 침침한 조사실 문이 열렸다.

“저를… 도와주신다는 분이 맞나요?”

K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회색 코트를 걸친 변호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먼저, 당신이 처한 상황부터 다시 정리해 봅시다.”

그는 서류철을 열며 차분하게 말했다.


“여권 압수, 채무 강요, 허위초청… 이건 ‘불법취업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정황입니다.”

K양은 두 손을 꽉 쥐었다.

“강제퇴거… 진짜, 되는 건가요?”

“아직 아닙니다. 당신이 원래 원했던 활동에 맞는 새로운 안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그 말에 K양은 처음으로 숨을 길게 내쉴 수 있었다.

출입국 조사 날, 변호사는 K양 옆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조사관이 질문을 던졌다.


“E-6-1이라고 속이고 입국한 뒤 유흥업소에서 일했다—이게 사실입니까?”

K양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저… 그렇게 하려고 온 게 아니었어요. 모델 활동 한다고 해서……”

그 순간 변호사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피해자는 본인의 체류자격 요건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망당했습니다. 여권 압수는 명백한 강요입니다. 이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그는 이어 브로커와의 대화 캡처, 허위 초청서류, 임금 미지급 자료까지 차례로 제출했다.

조사관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변호사는 마지막 장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현재 K양에게는 합법적인 E-6-2 활동이 가능한 새 공연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이곳은 관광진흥법의 기준을 갖춘 합법적 무대이며, K양은 이곳에서 댄서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조사관은 서류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그녀는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축하합니다. 강제퇴거 대신 체류 연장 결정이 났습니다.”

“정말요…? 저… 한국에 있어도 되는 거예요?”

“당신이 원했던 방식으로, 합법적으로요.”


그녀는 전화기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한참을 울었다.

이번엔 절망이 아니라 안도의 눈물이었다.


새로운 공연장은 이전의 어둡고 눅눅한 공간과는 전혀 달랐다.

고객과의 접촉은 없었고, 깔끔한 무대와 정식 계약서,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었다.

무대 뒤에서 조명을 맞으며 준비를 하는 순간, 그녀는 변호사에게 보냈던 짧은 메시지를 떠올렸다.


“저, 여기서… 춤출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변호사의 답.

“당신은 이미 많은 걸 넘어왔습니다. 이제는 시작할 차례죠.”


첫 음악이 흐르자, K양은 깊은 숨을 들이켰다.

어둠을 지나온 시간이 길었지만, 이 무대 위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속박하지 못했다.

조명 아래, 그녀의 몸짓은 두려움이 아니라 자유였다.

밤을 건너 도착한 그녀의 춤은 이제 비로소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외국인 브로커를 통한 불법취업 시, 강제퇴거를..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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