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외국인보호소에서 체불임금 해결사례

철문 안에서 걸려온 전화

by 백수웅변호사

처음엔 그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침 출근길, 익숙한 작업복 차림으로 공장 앞에 도착했을 때 경찰차가 서 있었다. 고용주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대신 출입국 직원에게 서류를 건넸다. 그날 신고자는 다름 아닌, 임금을 주지 않던 사장이었다.


몇 시간 뒤 그는 외국인보호소의 철문 안에 있었다. 휴대전화는 허용된 시간에만 쓸 수 있었고, 한국어는 여전히 낯설었다. “곧 나가게 될 겁니다.”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다. 나간다는 말은 자유가 아니라 강제출국을 의미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떠올린 건, 아직 받지 못한 몇 달치 임금과 퇴직금이었다.


보호소 안에서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변호사 연락처 하나를 건네받았다. 통화는 짧았지만 핵심은 분명했다.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일한 임금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날부터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그는 보호소에서 변호사에게 위임장을 작성했다. 출국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여권 사본과 함께 급히 전달했다. 직접 출석은 불가능했지만, 법은 대리인을 허용하고 있었다.


첫 단계는 노동청 진정이었다. 임금체불은 형사사건이다. 근로감독관은 회사에 출석을 요구했고, 사장은 “불법체류자에게 줄 돈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조사실에서 오래가지 못했다. 출근 기록, 급여 일부가 입금된 계좌 내역, 동료들의 진술이 차례로 제출되었다. 불법체류 여부는 임금지급 의무를 지워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작동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그가 이미 강제출국된 이후였다. 회사는 그가 한국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버티기 시작했다. 임금청산 지시는 무시되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여기서 전략이 바뀌었다. 변호사는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받아 대지급금 신청을 준비하는 동시에, 민사소송을 병행했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의 소송은 간단하지 않다. 위임장은 번역과 공증을 거쳐야 했고, 아포스티유 인증도 필요했다. 서류 하나를 준비하는 데 며칠씩 걸렸다. 하지만 그 절차 하나하나가, 그가 아직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소송과 동시에 회사 자산에 대한 가압류가 진행됐다. 사장은 그제야 연락을 해왔다. “합의하면 빨리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늦은 제안이었다. 법적 절차는 끝까지 진행되었다.


결과는 명확했다.
체불임금과 퇴직금 중 일부는 대지급금으로, 나머지는 민사판결에 따른 집행으로 회수되었다. 몇 달 뒤, 그는 해외의 작은 방에서 한국에서 송금된 돈을 확인했다. 숫자는 크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의미였다. 신고당하고, 갇히고, 쫓겨났어도 노동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이 사건은 특별한 동정이나 선의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오직 법이 허용한 방법을, 끝까지 사용했을 뿐이다. 불법체류자라서 포기해야 할 권리는 없다. 문제는 대부분, 그 사실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불법체류자, 외국인 근로자(E-9, H-2, ..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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