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했던 접촉, 기록으로 남은 순간
그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말이 엇갈렸고,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사람들 사이가 좁아졌다. 누군가의 어깨가 스쳤고, 손이 올라갔다. 그뿐이었다. 적어도 그의 기억 속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다음 날, 경찰의 연락은 그 장면을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렀다. 폭행 사건.
외국인 유학생이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런 순간은 낯설고 두렵다. 한국에서는 ‘사소한 몸싸움’이라는 말이 법 앞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고소를 선택하는 순간, 사건은 형사 절차로 들어간다.
폭행은 상대방의 몸에 힘을 사용한 행위 자체를 말한다. 때리지 않았더라도 밀치거나 강하게 잡았다면 폭행이 될 수 있다.
상해는 그 결과로 몸이 실제로 다친 경우다. 병원 진단서, 멍이나 상처 사진이 남으면 상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과는 크다. 상해는 증거가 남고, 증거는 사건의 방향을 빠르게 정해버린다. 피의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말이다.
수사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CCTV와 상대방의 진술이다.
영상이 있다면 상황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하지만 영상이 없거나 결정적인 장면이 보이지 않으면, 사건은 결국 서로의 기억에 의존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말의 크기가 아니라 말의 일관성이다. 진술 사이의 작은 모순,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설명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변호인의 역할은 그 균열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짚어내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맞아서 방어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당방위 주장은 조심스럽다.
그 말은 곧 상대방에게 힘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쌍방폭행으로 정리되어, 서로 합의하라는 권유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무죄를 다투는 사건이라면 방향은 다르다. 폭행죄는 일부러 때렸을 때만 처벌된다. 실수였고, 우연이었고,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외국인에게 폭행 사건은 형사처벌로 끝나지 않는다.
벌금형 이상이 나오면 체류자격이 문제 된다. 강제퇴거나 출국명령이 검토될 수 있다.
그래서 무죄 다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합의가 중요한 선택지가 된다. 단순 폭행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끝나는 사건도 있고, 상해 사건이라도 수사 단계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면 기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합의가 어렵다면 공탁을 통해 벌금액을 낮추는 방법도 고려된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를 나무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낯선 나라에서, 순간의 감정이 어떻게 법적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이 한 사람의 체류를 좌우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사건의 본질은 폭력이 아니라 대응의 선택에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제나,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