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보다 무거웠던 것
그는 입국장 사진을 아직도 휴대전화에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4년 10개월을 한 사업장에서 버텨낸 끝에, ‘성실근로자 재입국 취업 특례’로 다시 한국 땅을 밟던 날이었다. 공항 바닥을 밟는 발걸음에 목표가 실려 있었다. E-7-4로 전환해 기술인력으로 남겠다는 계획. 더 이상 단기 체류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해낸 노동자로 살고 싶다는 다짐.
그러나 목표는 뜻밖의 순간에 흔들렸다.
음주운전, 벌금 90만 원.
그는 사고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범이었고, 형도 무겁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100만 원 이하면 괜찮다”는 말을 쉽게 했다. 어떤 행정사는 “무조건 가능하다”고 단정했다. 그 말은 그에게 잠시 안도감을 주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결격 사유이기 때문에 힘들다.
출입국은 ‘노동의 성실성’이 아니라 ‘입국 적격성’을 본다.
성실근로자 재입국 취업 특례는 4년 10개월 동일 사업장 근무라는 시간의 증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와 사증발급인정서는 전혀 다른 층위의 심사다.
고용허가는 일할 자격이고, 사증발급인정서는 들어올 자격이다. 이 둘은 겹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재입국에는 성공했지만, E-7-4 변경이라는 또 다른 관문 앞에 서 있었다.
2026년 K-point E74는 33,000명을 선발한다. 숫자만 보면 넉넉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심사는 점수 경쟁이 아니라 ‘요건 충족’의 문제다. 최근 10년 내 4년 이상 합법 체류, 현재 정상 근무, 연 2,600만 원 이상의 계약, 2년 이상 계속 근무 명시. 그리고 총점 200점 이상.
하지만 실무에서 더 무서운 것은 과락이다. 소득 50점, 한국어 50점. 하나라도 미달이면 220점을 받아도 탈락이다.
그의 점수는 충분했다. 문제는 형사기록이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사범심사 대상이 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거나 “초범이다”라는 주장은 설득이 되지 않는다. 출입국은 기록을 본다. 그리고 반복 가능성을 묻는다. E-9 체류자였던 과거가 있기에, 준법성 평가는 더 엄격하다.
나는 전략을 단순하게 세웠다.
첫째, 사실관계를 감정 없이 구조화한다.
둘째, 재발 방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셋째, 사업주의 고용 필요성을 객관적 자료로 보강한다.
형식적인 반성문은 배제했다. 대신 음주 경위, 이후 교육 이수, 차량 처분 여부, 근무 중 음주 통제 시스템까지 세밀하게 정리했다. 사업장에서는 그가 담당하는 공정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4년 10개월 근무 기록, 무단결근 없음, 산재 사고 예방 교육 참여 내역까지 빠짐없이 묶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위험했던 것은 ‘괜찮다’는 말이었다.
행정사는 형사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 사범심사는 행정 절차이면서도 사실상 준형사적 판단이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해석이다. 법과 실무의 간극을 읽어내는 일.
E-7-4 변경은 단순한 체류자격 변경이 아니다. 체류의 질이 바뀌는 순간이다. 그래서 심사관은 묻는다. “이 사람이 앞으로도 법을 지킬 것인가.”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해야 했다. 최근에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되고 100만원 이상이면 결격사유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범심사 통과 후 체류자격 변경 허가가 내려왔다.
그는 다시 조용히 일터로 돌아갔다. 겉으로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지만, 표정이 달라졌다. 불안 대신 계획이, 수치 대신 책임이 남아 있었다. 체류카드는 신분을 증명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나는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성실근로자 특례의 성패는 근무기간이 아니라 입국 적격성에 달려 있다.
E-7-4의 합격 여부는 점수보다 과락 관리, 그리고 사범심사 대응에서 갈린다.
법은 숫자로 보이지만, 판단은 결국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