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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록홈즈 Sep 18. 2021

미국의 조바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비극

□ 2001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목적은 분명했다. 9.11 테러를 일으킨 테러집단을 공격하고 테러단체들의 미국 공격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것에 있었다. 미국 중심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건설하거나 친미정권으로 교체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테러와의 전쟁의 시작은 바로 조바심 때문이었다.  

□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개시하기 전 탈레반 지도부에게 요청했다. 탈레반이 오사마 빈 라덴을 포함한 알-카에다 지도부를 인도한다면 전쟁은 시작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물론 탈레반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고 비극적인 전쟁은 시작되었다. 탈레반과의 전쟁은 손쉽게 끝이 났다. 그런데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였다. 미국은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보복을 다짐하는 테러단체가 있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없었다. 끝이지 않는 내전 속에서 미국은 상황을 관리해야만 했다.  

□ 미국의 피해는 막심했다. 크고 작은 테러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이 사망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주둔 비용도 적지 않았다. 아프간 철군 문제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대선 후보들은 철군 혹은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공백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부활을 의미했다. 세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ISIS와 탈레반은 현존하는 위협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을 지켰다.  

□ 2012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85,000명의 군대를 주둔시켰다. 당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34개 주중 어느 것도 통제하지 못했다. 오바마 퇴임했을 때 미군은 1만 명 미만이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떠났을 때 5,000명 미만이 있었다. 탈레반은 여전히 주요 도시 지역을 보유하지 못했다. 규모보다는 미군의 존재만으로 탈레반은 통제되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철군 결정 이후,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든 것을 잃은 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탈레반은 이제 8.31.까지 미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등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 테러와의 전쟁은 부시 대통령은 조바심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혼란과 바이든의 성급한 철군 결정도 조바심 때문이다. 미군이 관리하는 동안 아프가니스탄은 많은 혼란을 겪었지만 사회적 진전도 있었다. 국제사회의 노력 덕분에 여성 인권이 증진되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세워지고 근대적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느리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다. 정치 세력은 여전히 부패했지만 확립되지 못한 제도와 법치주의가 성립된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다만 그 변화의 속도는 미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조바심은 미국을 신뢰했던 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고 있다.   

□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9.11테러와 같은 대형 테러를 계획하기는 쉽지 않다. 20년간의 대테러전에서 각 국가들은 출입국 통제를 강화했다. 테러 예방을 위한 정보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의 성급한 결정은 전 세계 곳곳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익을 이유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손쉽게 포기할 수 있음을 미국의 결정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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