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역축제는 영화처럼 감동을 주지 못하는가?"
스크린 속 축제, 우리 안의 본능이 깨어나는 순간에 영화를 보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들썩이는 순간이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사람들이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 그 짧은 몇 분의 장면이 영화 전체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흔히 ‘축제의 장면’이라 부른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축제를 접하면서, 정작 축제를 영화처럼 담아내지 못할까?
사랑 이야기에서도, 전쟁 영화에서도, 심지어 공포 영화에서도 언제나 어딘가에는 노래와 행진, 불빛과 환호가 있다. 축제는 단순히 배경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는 장치, 그리고 이야기의 감정이 폭발하는 무대다. 축제 속에서 사람들은 가면을 쓰거나, 아예 벗어버린다. 평소의 질서가 뒤집히고, 금기가 깨지고, 억눌려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래서 축제는 언제나 조금은 위험하고, 동시에 매혹적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축제의 장면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진짜 네가 되어봐.”
〈기생충〉의 생일파티 장면을 떠올려보자. 잔디밭 위에서 웃음이 터지고, 풍선이 날아오른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딘가에서 균열이 생긴다. 화려한 축제가 끝나자 드러나는 것은, 웃음 뒤에 숨은 잔혹한 현실이다. 〈라라랜드〉의 교차로 오프닝, 〈미드소마〉의 신비로운 의식, 〈아멜리에〉의 거리 퍼레이드, 그리고 임권택의 〈축제〉까지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 속에서도, 이 장면들은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던진다. 축제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축제의 장면은 우리에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하나는 해방의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혼돈의 그림자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인간다움’을 본다. 웃음과 눈물, 희망과 절망, 사랑과 상실이 뒤섞인 그 복잡하고 아름다운 감정의 교차로 말이다. 스크린 위의 축제는 단지 장식이 아니다. 그건 영화가 인간의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순간이며, 우리가 스스로의 본능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의식(儀式)이다. 당신이 다음에 영화를 볼 때, 만약 사람들이 함께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면 잠시 멈추어 그 안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그건 어쩌면,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의 축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가슴이 뛰고 기억에 남는 축제를 만들지 못할까? 축제의 무대 위에 조명과 음악이 켜질 때마다 기대감은 솟아오르지만, 막상 관객이 서사를 따라 몰입하고 변화를 느끼는 순간이 부족하다. 영화가 감정을 움직이는 이유는 이야기 구조, 공감 가능한 주인공, 몰입감 있는 연출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의 축제는 여러 프로그램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참여자는 ‘관객’으로만 머물며, 주인이 아닌 외부자로 느껴질 때가 많다. 결국 진정한 감동은 기획자의 연출력이나 참여자의 몰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 변화의 순간, 그리고 마무리의 여운이 결합될 때야 비로소 영화처럼 우리 마음 속에 자리 잡는다.”
여러분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감동과 여운, 영화속에 등장하는 축제의 몇몇 장면을 보면서 보았던 ‘축제의 흐름’을 느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의 산물의 총체라고 부르는 축제의 제작 흐름과 감동과 여운을 주는 방법을 ‘영화적 미학’을 접목한 축제 제작이 필요힐지 모르겠다. ‘영화적 미학을 가미한 축제제작 방법’이 대한민국 지역축제를 조금 더 성장시키는데 정답이 될 지도 모른다. 스크린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오프라인 축제에서 모두가 감동을 주고 감흥을 함께하길 하는 바람이다.
빛이 저물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단지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따라 걸어간다. 축제는 단편적인 이벤트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둘-셋’으로 이어지는 리듬이다. 한 무대가 끝나고 이어지는 퍼레이드, 퍼레이드 뒤에 이어지는 퍼포먼스, 그 뒤에 와인잔 건배와 불꽃놀이가 펼쳐질 때 — 우리는 그 흐름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왜 순서로 자리잡을까? 그 이유의 하나는 인간의 기억 체계가 사건을 시간적 구조로 조직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뇌과학 연구는 우리가 경험한 사건들이 단순히 ‘무엇이 있었나’뿐 아니라 ‘언제 있었나’, ‘무엇이 이어졌나’의 형태로 저장됨을 보여준다.
축제라는 공간은 마치 거대한 스토리보드 같다. 시작의 개막식, 중간의 퍼레이드, 클라이맥스의 불꽃놀이. 이 순서 속에서 우리는 흐름을 느끼고, 정체성 · 공동체 · 기억이 자리잡는다. 또 다른 이유는 의미 있는 전환점(event boundaries)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경험을 기억할 때, 연속된 흐름 중에 경계선이 되는 순간이 기억의 앵커(anchor)가 된다.
축제에서는 무대 이동, 조명 변화, 군중의 응원 고조 등, 이러한 경계들이 ‘다음 장면으로 옮겨감’을 우리에게 인지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인지는 자연스럽게 앞뒤의 흐름을 ‘연결된 이야기’로 인식하게 한다. 축제는 감정의 여정(emotional journey)이다. 축제의 시작에서 우리는 기대감에 들떠 있고, 중간에는 몰입하고 흥분하며, 끝에는 여운과 공동체의 결속감을 느낀다. 이 감정의 변화가 순서에 맞춰 흐를 때, 우리는 ‘언제’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를 기억하게 된다. 감정이 순서와 교차할 때 기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왜 축제는 단일 장면이 아니라 연속된 체험으로 기억되는가? 어떤 구조가 축제의 순서를 만들고, 그 순서가 왜 마음속에 남는가? 그리고 이러한 ‘시퀀스’가 개인의 기억을 넘어 공동체의 축제 기억으로 어떻게 확장되는가? 축제의 불빛이 꺼지고 사람들이 흩어질 때, 무대 위의 마지막 노래가 잦아들 때 그 순간에도 우리는 기억한다. 하나의 축제가 끝나고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듯,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 순서를 따라 흐르는 선율이 남는다.
축제는 왜 순서로 기억되어야 하는가? 그 답은 바로 우리가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리고 그 흐름을 다시 살아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상의 연속되는 경험을 단절 없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구간(“이벤트”)으로 나누어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구간화(event segmentation)는 뇌 속에서 시간 순서(“무엇이 먼저이고 다음인가”)를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축제는 통상 시작 → 중간 활동 → 마무리라는 흐름이 있으며, 이 흐름 자체가 기억되기 쉬운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기억이 잘 되는 경험은 단순히 나열된 사건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 혹은 흐름이 있는 사건들이다. 예컨대 “준비 → 개막식 → 공연 → 폐막”처럼 순서가 있고 의미가 이어지는 구조가 있으면 기억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축제는 매년 반복되거나 특정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 무엇이 → 마무리” 같은 스크립트(script)가 형성되어 순서가 자연스럽게 각인된다.
뇌는 환경이 바뀌거나 행동 목표가 바뀌는 시점(예: 축제의 개막식, 불꽃놀이 시작, 폐막식 등)을 경계(boundary)로 인식하고, 그 지점에서 기억이 리셋되거나 새로운 블록이 시작된다는 신호가 된다. 따라서 축제처럼 “변화가 크고 이벤트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는 이 경계들을 명확히 하면서 기억 속에 ‘순서 있는 이벤트 덩어리’로 자리잡게 된다.
전통적인 축제는 단지 하나의 행사라기보다는 “해마다 이때, 이 방식으로”라는 시간의 반복성과 의례성(rituality)이 있다. 이 때문에 순서가 기억의 틀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공동체적으로 “오늘은 ○○, 다음은 △△” 식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을 경우, 사람들이 그 순서를 알고 있고, 기억하고,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Hippocampus(해마)와 Entorhinal Cortex(후각 회로 인접 영역) 등이 ‘사건들의 순서(sequence)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즉, 우리는 단일 사건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 뭐가 일어났는가? 어떤 순서였는가?”까지 뇌가 저장하고 연결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축제 같은 이벤트의 순서를 기억하게 만드는 물리적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어던 지역의 ‘축제에서 순서가 기억되는 방식’은 “개막식 → 퍼레이드 → 공연 → 불꽃놀이 → 폐막식” 순서로 진행된다면, 이 순서대로 기억하기 쉬운 이유가 위의 관점들로 설명이 된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흐름을 머릿속에서 훑어보게 되고, 각 단계가 ‘다음 단계’와 연결되므로 전체 경험이 구조화되어 기억되기 때문이다. 또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도 “개막식 때 이렇게 시작했어 → 그 다음 퍼레이드가 나왔고 → 마지막에 불꽃놀이가…” 이런 식으로 스토리화되면서 순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시간적 구조란, 축제나 이벤트가 단순히 “어떤 활동이 있다 → 끝난다”가 아니라, 여러 단계 (예: 기대 → 입장 → 본 행사 → 마무리 → 회상)로 나뉘고, 각 단계가 인과 혹은 흐름을 가지며 참가자의 경험이 시간 안에서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축제에 가기 전 기대감이 커지고, 현장에서는 몰입하고, 끝난 뒤에는 여운이나 추억이 남는 흐름이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흐름이 단절 없이, 혹은 적절한 리듬과 변화(클라이맥스, 휴식, 반전 등)를 가지면 감정의 강도와 기억에 남는 정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시간적 흐름이 설계되어 있을 때, 참가자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예컨대 본 행사의 시작 전에 분위기가 올라가고, 무대가 열리고, 정점을 향해 가는 구조가 있을 때 기대감이 쌓인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시간적으로 구조화된 사건(sequence of events)을 학습하고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예측이 가능한 환경에서 감정 반응이 달라진다고 한다. 즉, 기대감의 증가는 첫째로 감정의 ‘올랐다가’ 흐름을 만들어 주고, 둘째로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구나’라는 몰입 상태로 전이하는 계기가 된다.
시간적 구조 안에는 보통 저점 → 상승 → 정점(클라이맥스) → 마무리 같은 패턴이 숨어 있다. 이 변화가 감정적 기복(emotional arc)을 만든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축제에서 “입장 → 퍼포먼스 시작 → 하이라이트 공연 → 폐막” 같은 흐름이 있을 때, 하이라이트 직전의 기대, 하이라이트 순간의 감동, 그리고 폐막 후의 여운이 생긴다. 이러한 기복이 없다면 감정이 평탄해져서 ‘감동’이라 부를 만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여자가 시간 흐름을 잊을 만큼 몰입할 때, 감정 경험은 훨씬 강렬해진다. 축제의 시간적 구조가 잘 설계되어 있다면, 참가자는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고, 평소와 다른 시간 흐름(일상에서 벗어난 상태)을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인식이 생기고, 감동이 커지게 된다.
경험이 끝난 뒤에도 ‘회상(remembrance)’, ‘공유(sharing)’의 단계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간적 구조가 뚜렷할수록 회상 과정에서 “처음 이렇게 기대했고 → 이런 경험이 있었고 → 마무리가 이렇게 됐다”라는 구조화된 기억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Leeds Beckett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이벤트·축제 경험에서 기억과 감정은 서로 얽혀 있으며, 경험이 구조화되어 있을수록 사회적 기억(sharing memory)으로 자리잡기가 용이하다고 하였다. 기억이 잘 구조화되어 있을 때, 감동이 단순히 ‘좋았다’ 수준을 넘어 ‘이렇게 의미 있었다’는 인식으로 바뀌게 된다.
축제라는 이벤트는 단지 즐거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의례(ritual)적 요소, 반복되는 연례성, 공동체 경험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적 구조를 더 강화해준다. 예컨대 “매년 이 시점에, 이 절차로, 이 공동체가 함께 모인다”는 구조가 있다면, 참가자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서 느끼고, 미래의 기대까지 생성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감동의 깊이가 더해질수 있다.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이 축제의 감정적 영향(emotional impact)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