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축제의 언어, 시퀀스(squence)로 읽다
일반적으로 ‘축제(festival)’란 한 공동체가 특정 시간과 장소에 모여 공동의 가치·전통·상징을 기념하거나 즐기는 행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인류학적 정의에 따르면, 축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다양한 형태의 행사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기회”로 규정할 수 있다.
어원적으로 보면, 축제(‘festivalis’ 등)는 종교적 제례나 잔치에서 비롯되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상의 틀을 벗어나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 기능이 있다.
첫째, 문화 정체성 강화한다. 축제를 통해 공동체는 자신의 문화적 뿌리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다. 둘쟤, 사회적 응집력을 증진한다. 사람들을 모이고 함께 즐기며 공유된 경험을 쌓음으로써 소속감, 연대감이 강화된다. 셋째, 변화의 장(場)이 된다. 평소에는 억눌렸던 에너지가 표현되거나,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공동체가 스스로를 재생산하거나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 및 관광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현대에는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 유치, 도시 이미지 제고 등에 기여하기도 한다.
Anthropology of Festivals, Sociology of Festivals 등 학문 분야에서 축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고 있다. Alessandro Falassi는 축제를 “인간 문화에서 거의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는 하나의 사건(event), 사회적 현상(social phenomenon)”으로 보며, 일상적인 시간과 공간이 정지 혹은 변형되고 특별한 ‘축제적 시간(festival time)’이 등장하는 순간으로 설명한다. 축제는 일반적으로 “일상(your normal) → 비일상(festive disruption) → 회복(return)”이라는 흐름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감, 정체성 확인, 문화적 상징 등을 구현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제는 한정된 기간(limited duration) 동안 특정 공간이나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의례(ritual)적-공연(performance)적’ 성격을 지닌다는 특징이 있다. UNESCO 자료도 축제 개념을 “테마화된 공개 축하 행사(themed public celebrations)”, “한정된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참여형 활동(limited duration, participative)”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요약하자면, 축제는 일상의 틀을 벗어나 공동체가 특별한 시간·공간 안에서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재확인하고 공유하는 구조화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시퀀스란 단순히 나열된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적 순서 + 변화 + 맥락적 연계성을 가진 흐름이다. 축제가 갖는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의 단절 또는 전환 (일상 → 비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흐름이다. Falassi가 말한 “축제 시공간은 일상의 시간과 공간이 수정된다”는 맥락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즉, 축제는 여러 단계(개막 → 본 행사 → 클라이맥스 → 마무리 등)를 거치며 하나의 ‘이야기’ 혹은 ‘여정(journey)’처럼 구성될 수 있고, 이 구성(시퀀스)이 바로 축제 경험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가 된다.
2) 시퀀스가 축제 본질에 부여하는 의미
시퀀스 관점에서 축제는 다음과 같은 본질적 특징을 갖는다.
첫째, 전환(Transition)의 장이 된다. 일상에서 축제적 시간으로 넘어가는 ‘문턱(threshold)’이 존재한다. 이 문턱은 개막식, 혹은 입장 순간처럼 시퀀스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전환은 경험자의 인식 구조를 바꾸며 ‘특별함’을 만들어 낸다. 둘째, 상승과 최고점(Apex) 구조를 가진다. 축제 시퀀스 안에는 기대감 → 본 행사 몰입 → 클라이맥스(하이라이트) 등의 변화곡선이 존재할 수 있다. 이 구조는 감동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어 준다. 셋째, 의례적 반복(Ritual sequence)이 발생한다. 축제는 종종 반복되어 나타나며, 매년 혹은 정해진 주기로 같은 순서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반복 시퀀스는 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을 강화하고, 문화적 연속성(cultural continuity)을 담보하게 된다. 넷째, 사회적-공동체적 연결(Communal sequence) 기능이 있다. 축제 시퀀스 속에서 개인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갖고, 함께 움직이며 참여한다. 이 공동의 시간 흐름 속에서 관계가 재확인되고 공동체가 살아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 다섯째, 기억과 회상(Reflective sequence)이 일어난다. 축제가 끝난 이후의 회상 단계도 시퀀스의 일부이다. 경험이 구조화되어 있을수록 기억에 남고, ‘지난 것 → 지금’의 흐름 속에 의미를 갖게 된다.
3) 축제 본질의 도식화
앞서 이야기한 ‘시퀀스적’관점에서 축제 구조를 도식화된 흐름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이 흐름을 통해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체험적 여정(experiential journey)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일상 전(Pre-event) → 문턱(Threshold/입장) → 메인 행사(Main) → 클라이맥스(Apex) → 마무리(Closure) → 회상(Post-event)
4) 감동을 주는 축제는 '시퀀즈적 체험'이다
이처럼 각 단계가 시간적 구조(sequence)를 이루므로, 축제는 단편적 경험이 아닌 흐름 안에 기억되고 의미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Pre-event: 홍보·기대감 생성, 참가자 모임
Threshold: 축제 공간 입장, 개막 퍼포먼스
Main: 다양한 활동, 공연, 체험 부스
Apex: 메인 무대 하이라이트, 불꽃놀이, 클라이맥스 퍼포먼스
Closure: 폐막식, 공동체적 마무리
Post-event: 참가자 후기, 사진 공유, 회상과 다음회 예고
이 처럼, 축제는 시간적 구조(시퀀스)를 통해 경험이 조직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이 조직된 흐름 속에서 감정, 몰입, 공동체, 의미가 생성된다. 따라서 축제를 설계하거나 참여할 때 이 시퀀스 구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본질을 살리는 길이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