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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백성우 Aug 03. 2020

백성우의 문화산책

에피소드-3 "잘못된 만남"

 1995년 대중음악의 밀리언 셀러를 달성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노래는 남녀간의 어긋난 사랑과 이별이 주요 내용을 이루지만, 오늘은 농촌축제와 기상악화라는 ‘잘못된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문화관광축제 자료에서 82개 농촌지역축제의 소재를 분석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농촌지역은 축제가 몇 개나 될까? 궁금해졌다. 그랬더니 총 281개 축제 중, 생태자연 81개, 문화예술 50개, 전통역사 45개, 지역특산물 105개로 분류가 되었다. 그중에서 생태자연형 축제와 지역특산물형 축제를 합치니 농촌축제의 소재비율의 대략 66.2%를 차지하였다. 예상한 결과였다. 왜냐하면, 농촌지역이 많이 가진것은 산, 바다, 강, 논, 밭이니 말이다.

 얼마전에 2018 영동포도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축제를 준비하기 전에는 연일 쏱아지는 폭염에 노지포도잎이 말라 알이 작아지고 당도가 떨어져 애를 태우더니, 예상치도 못한 제19호 태풍 솔릭으로 인해 축제를 준비하는 모든 실무자가 밤잠을 설치며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있다.

 축제를 취소하는냐 강행하느냐를 놓고 연일 민관합동 긴급 대책회의의 연속이였다. 관광객의 안전도 중요하고, 농가의 피해도 없어야 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축제취소라는 결론은 섣불리 내릴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농촌축제소재 분석 결과처럼 영동포도축제를 위해 농가에서는 1년 동안 피땀 흘려 고생을 한 결과를, 질 좋은 특산물로 관광객에게 선보이는 정말 절박하고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농촌지역축제 소재인 ‘특산물’을 단순히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농촌사회에 살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전국 재배면적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충북에서 6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영동포도’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한 번에 잃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월30일부터 9월2일까지 진행이 되었던 괴산고추축제도 기상악화와 국지성 호우로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불어난 하천으로 강변행사를 수정하기도 했고, 실내를 동반한 안전지대에서는 정상적인 축제가 진행이 되어, 괴산고추축제도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관광객도 많이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축제담당자는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참 마음이 아프다.

 농촌지역축제의 소재는 분명하기 때문에, 연출의 한계도 분명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농촌지역에서는 주민과 공무원 모두가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위기상황대처에 대한 민관의 응집력이 농촌축제를 지탱해주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농촌축제는 이 근본의 소재에서 시작하는 축제이다.

 농촌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다. 기상악화로 프로그램이 축소가 되거나 현장 수습으로 조금은 축제가 미숙하게 돌아가더라도, 오히려 농촌축제를 방문하시어 농민과 농촌에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1989년 개봉된 ‘로브 라이너’ 감독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처럼 낯선 남자와 낯선 여자가 우연히 함께 여행하고 헤어지며 서로를 그리워하다 사랑에 빠지는 결말처럼, 관광객과 농촌축제가 우연한 계기로 새로운 문화향유의 가치가 확산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도농간의 상생과 농촌의 신활력모델은 평소에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기상악화’와 ‘농촌축제’의 잘못된 만남이라는 위기상항이 왔을 때 더 뜻깊고 값지게 나타난다.


2018.09.-대전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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