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사전 Word 002 : 문손잡이

십나오

by 또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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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전 Word 002 : 문손잡이

어린 시절 집의 문손잡이는 늘 열린 상태였다. 얇은 창호지로 만든 문이었지만, 강원도 시골의 매서운 칼바람과 삼월까지 이어지는 추위를 막아주었다. 문손잡이를 여는 순간, 화로 속에는 따뜻한 군고구마가 숨어 있었다. 옥수수 펑튀기와 아랫목에 깔린 두꺼운 담요는 필수였다. 뜨개질을 하던 부모님의 모습도 선명하다.

저녁이 되면 돼지비계와 신김치를 잔뜩 넣은 비지찌개가 단골처럼 밥상에 올랐다. 문손잡이는 마술처럼 그 시절 가족의 삶을 아름답게 불러낸다.

요즘의 문손잡이는 단단한 잠금장치로 만들어져 있다. 닫혀 있다면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은 뒤에야 들어간다. 함께함보다 개인의 영역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우리 집의 현재 모습에서 문손잡이는 벽에 딱 붙은 채, 닫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다 보니, 상태를 살피기 위해 문은 늘 열려 있다.

문손잡이도 오픈, 가족의 사랑도 최대한 오픈 상태로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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