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석한 생각, 명쾌하지 않은 말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216. 생각은 명석하게, 표현은 명쾌하게


명확하게 표현하라. 이는 표현을 명쾌하게 하고, 생각을 명석하게 만든다. 말하는 사람조차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듣는 사람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광화문 토즈.

“주식 공부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말이다.

J는 자산이 30억 원이 넘는 친구다. 직장 생활을 한 기간은 비슷하지만,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노력해 쌓아 올린 결과다. 요즘은 주식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며, 토즈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으니 시간 되면 오라고 했다. 컨디션이 괜찮으면 가기로 했다.

HTS를 켜 둔 노트북이 책상 위에 놓였다. J 옆에는 C가 있었다. J는 노트북이 무겁다며, 옆에서 가르쳐 주는 걸 보고 배우기만 해도 괜찮다고 했다. 강사는 70대 남성이었다. 본인은 40년간 주식을 공부했고, 제자도 제법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월봉, 일봉, 양봉, 음봉.

그 어떤 말도 귀에 익지 않았다. 세 시간짜리 강의가 중반을 넘어가자 머릿속에서는 쥐가 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입력되지 않았던 단어들이었다. 함께 듣는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부분 이해하는 듯 보였다.

강사는 40년 공부 끝에 발견한 핵심은 단 세 페이지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조차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차트, 피봇, 선 긋기. 씨앗을 뿌리고 주기를 확인한 뒤 매수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이론을 확신하며, 실제로 수익을 낸 제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주식 프로그램으로 이런 세계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신기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궁금한 점을 물으면, 대화는 잠시 톡방에서 멀어졌다. 그때마다 강사는 일이 있는 듯했다. 그러고는 다른 제자들의 차트를 공유했다. 성공했다는 의미인 듯했다. 가르쳐 줄 때는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뒤늦게 꺼내기도 했다. 시기를 놓친 뒤 다시 확인하려 하면, 또 다른 이슈를 가져와 톡방에 서너십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어느 날 J가 케이크 선물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번에 수익이 좀 났는데, 아내가 나눠 달라고 했다고 흐뭇해했다. 이해되지 않는 강의 내용에 질문을 하면, 개인적으로 물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어제는 함께 수업을 듣는 C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해되겠어?”

곧 오프라인 강의를 다시 잡을 예정이라며, 자신도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내가 바라는 건 단순하다. 주변 사람들과 재테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최소한 알아듣고 싶다. 대화가 이어질 수 있을 만큼은 이해하고 싶다. 당장 투자 성과를 내기보다, 다양한 방법론을 공부해 보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고 싶다.

선생님의 생각은 명석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러 표현을 명쾌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렇다.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것처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일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뉴스에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지금을 살면서, 그것조차 알려 하지 않는다면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앞으로도 의식적으로 학습의 시간을 만들어가려 한다.

이해시키는 능력과 아는 능력은 전혀 다르다. 40년을 공부했다는 말은 지식의 양이지, 전달 능력은 아니다. 오래 한 사람일수록 개념이 몸에 붙어 있어서 “여기서 왜 이 선을 긋는지”, “왜 지금은 사면 안 되는지”를 말로 풀어내지 못한다. 본인은 느낌으로 아는데, 초보자는 언어로 듣고 싶어 하죠. 아직까지 설명은 늘 추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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