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기억, 돌아오는 엄마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250. 모든 칭찬이 다 좋은 게 아니고 모든 악의가 다 나쁜 게 아니다.

모든 칭찬이 다 좋은 것은 아니고, 모든 악의가 다 나쁜 것도 아니다. 때로는 반대로 생각해야 할 순간이 있다. 남들이 악의를 가지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좋은 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좋은 점을 칭찬하지 않으려 일부러 나쁜 점을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아무런 악의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평범함만 있을 뿐 특별히 좋은 것도 없다.

요즘 나는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엄마는 가끔 식재료를 사 와서 뭔가 만들어 놓기를 바라는 눈치를 보였다. 요리는 엄마에게 힘든 일이었지만, 지인이 나눠주는 파김치를 맛있게 먹으면 떨어지기 전에 살며시 파를 사 오고, 무나물을 맛있게 먹으면 냉장고 안에 무를 챙겨 두셨다. 최근에는 무생채를 잘 먹었다. 채칼이 있냐고 물으셨다.


엄마와 함께 파김치, 무나물, 무생채를 만들고 나면 반찬통 두 개씩이 꽉 채워진다. 생각보다 맛도 좋다. 엄마표 무생채는 채칼로 무를 썰고 소금과 사과식초를 넣어 20분 뒤 뒤집는다. 30분 후 각종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섞는다. 엄마는 간이 싱겁다며 소금을 더 넣지만, 먹어보면 엄마 입맛이 정확함을 알게 된다. 무나물도 채칼로 무를 썰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들기름과 양념을 넣어 볶는다. 엄마가 말하길, 적당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가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사라졌다.


엄마 병원 일정이 겹친 날, 오빠가 따라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해야 했고, 엄마는 금식 상태로 병원에 가셔야 했다. 엄마는 단추 없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지난번 작은 언니가 사 온 검은색 윗옷을 찾으라고 한다. 옷을 찾고, 요실금팬티와 양말까지 신는 것을 챙기면서도 엄마는 고집을 피웠다. 양말목이 발목을 눌러 아픈데 준비를 미리 하고 싶은 마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와 나는 서로의 안부를 인사하며 마음을 나눴다. 오빠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면서 약봉지와 함께 병원 이야기를 전했다. 엄마표 파김치와 무생채를 조금 주었지만, 오빠는 “집에 가정주부가 있는데 뭐 하러 주니? ”라며 안 가져간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만든 거니까 맛이라도 봐라. ”라고 하셨다. 20년 만에 만든 반찬을 들고 가는 오빠 모습을 보며, 엄마는 흐뭇해했다.


저녁에는 새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가 주신 반찬이 맛있다는 말이었다. 미역국, 시금치, 멸치볶음을 가져온 새언니에게 엄마는 맛있게 끓였다고 칭찬을 받았다. 엄마가 정성껏 만든 음식이 가족들에게 전달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더 건강하게 요리하며 나눌 엄마를 떠올렸다. 기억력도, 요리도, 그리고 마음도 조금씩 돌아오는 엄마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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