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수첩은 마음을 숨겨 두는 작은 방이다. 기억을 붙잡기 위해 몇 줄을 적다가도, 어느 순간 감정이 먼저 쏟아진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거친 말들까지 그 안에서는 조용히 허락된다. 예전에는 그저 기록에 머물렀던 문장들이 이제는 세상으로 흘러 나가기도 한다. 예상보다 많은 시선이 닿으면 잠시 멈춰 서게 된다.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적어 놓고 다시 펼쳐보지 않는 문장들. 그것들은 남기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흘려보내기 위한 선택이다. 그래서 수첩은 기억을 쌓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조용히 잊기 위한 비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