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67 : 수첩
수첩과 펜을 꺼내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 준비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를 향한 정중한 청취의 선언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단 한 문장도 놓치지 않겠다"라는 무언의 약속이다.
이 작은 아날로그 도구는 그 자체로 상대를 존중하는 겸손한 자세가 된다.
녹음이나 스마트폰 메모라는 효율적인 대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기계적인 기록은 편리함 대신 온기가 없다.
펜이 종이 위를 서그럭거리며 지나가는 느린 속도는
상대의 목소리에 온전히 밀착하게 만든다.
그 느림 속에 진심이 담긴다.
정갈한 수첩은 호감의 온도를 높인다.
펜을 쥐고 상대를 응시하며 적어 내려가는 모습은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강력한 예우다.
내 이야기를 귀하게 대접받았다는 그 충만한 경험이
서로를 향한 단단한 매력으로 이어진다.
수첩은 경청이라는 이름의 가장 품격 있는 호감이다.
다시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