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 에프론 (1998)
영화 속 사랑스러운 커플 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 유브 갓 메일의 캐슬린 켈리(맥 라이언)와 조 폭스(톰 행크스). 98년도 영화답게 두 사람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해진 펜팔 친구인데 공교롭게도 캐슬린은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작은 서점을, 조는 대기업 사장으로 대형 서점을 운영한다. 서로의 정체를 모른채 서점 업계 경쟁자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만남은 대형 기업과 골목상권의 마찰, 그리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 모두를 담았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대형 서점으로 그려지는 폭스 북스는 실제로 반스앤노블이라는 거대 기업의 등장을 배경으로 했다. 90년대에 대형 서점으로 위기에 처한 동네 작은 서점들의 모습이 그려졌던 것인데, 또 지금의 시대에는 그 당시 골리앗처럼 보였던 반스앤노블의 몰락이 이야기된다. 아마존이라는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경영 갈림길에 선 수많은 크고 작은 서점들의 모습이 생각나면서, 시대 변화가 어느 곳보다 빠르고 뚜렷하게 보이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유브 갓 메일에서는 특히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캐슬린을 보는 재미가 컸다. 캐릭터가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아동도서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작은 길모퉁이 서점 주인의 스타일링은 자본 도시 뉴욕 안에서도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다. 캐슬린의 90년대 놈코어 패션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미국 의상 디자이너 알버트 월스키의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 시작부터 3년 전 우리 가을 뉴욕 여행 기억이 떠올랐는데 맥 라이언의 대사를 듣자마자 심쿵했다. 노랗게 물든 뉴욕의 가을, 특히 우리 여행 키워드였던 대형 서점, 독립 서점 이야기가 담긴 영화여서 장면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눈길이 가기도 했다. You've Got Mail은 이 연결고리들만으로도 내게 오래 간직할 영화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