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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B선생 Jun 15. 2020

미국 홈쇼핑만 보면 귀가 뚫린다고? 글쎄...

영어 청취에 대한 작은 반론

보배드림에 유저 한 분이 글을 올렸다.

<18년 경력 통역사가 알려주는 영어 청취력 꿀팁>

많은 사람들이 댓글과 좋아요로 호응했다.

역시 영어는 한국인의 콤플렉스이자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나도 10년째 영어 교사를 하지만 늘 내 실력에 좌절하기에, 솔깃해서 글을 클릭했다.

이분이 말하는 영어 청취력 상승 꿀팁은 바로바로

영어 홈쇼핑 채널 시청

글을 쓰신 분은 홈쇼핑이 유익한 이유로 5가지를 든다.

1. 가장 일상적이고 유용한 표현을 많이 접할 수 있다.

2. 대단히 자연스러운 발화 패턴을 접할 수 있다.

3. 온갖 제품들에 대한 기본 어휘나 숫자를 끝없이 들을 수 있다.

4. 파는 물건들이 재미난 것들이 많아서 덜 지루하다.

5. 언제고, 아무 때나 봐도 내용 연결이 안 되므로 좋다.

음...

음........

흠.................

그런가???

나보다 영어를 잘하시고 경험이 많으신 것으로 보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만, 나와는 맞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

이유는?

1. 가장 일상적이고 유용한 표현을 많이 접할 수 있다?

홈쇼핑 채널이란 게 결국 비즈니스 영어 위주 아닌가?

'이거 쌉니다.'

'초특가'

'너무 날씬해 보이네요.'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우리나라 홈쇼핑 보면 죄다 이런 내용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던데, 미국은 아카데믹 영어에서부터 연인 사이의 대화까지 홈쇼핑 하나로 커버할 수 있나? 그런가 보지 뭐.

2. 대단히 자연스러운 발화 패턴을 접할 수 있다.

홈쇼핑이 자연스러운 패턴이라고?

쇼 호스트 몇 명이서 대단히 과장된 몸짓과 표현으로 평소 자주 쓰지 않는 문장들을 계속 구사하는 게 홈쇼핑 아닌가?

"브라이언~! 와우~!! 너무 골지어스하네요! 이 옷은 브라이언을 슈퍼 글래머러스하게 만들어줘요."

"호호, 제니. 단돈 7.99달러면 당신도 나처럼 셀럽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구욧~!"

뭐 이런 게 자연스러운 대화라면 그럴 수 있겠다.

3. 온갖 제품들에 대한 기본 어휘나 숫자를 끝없이 들을 수 있다.

난 흰 면티도 빨기만 하면 매일 입을 수 있는 사람이라 온갖 제품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남이 팔려는 상품광고를 '끝없이' 듣는 게 뭐 그리 장점일까? 제품에 대한 기본 어휘나 숫자를 끝없이 듣는 게 진짜 재밌나?? 난 재미 하나도 없던데?

거기다 어휘라는 게 좀 알아야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먹는 거지, 얘들이 10.79$ 막 소수점 찍어대면서 지네 엑센트로 말하는 거 수 백번 듣는다고 내가 그 말을 잘 알아듣게 될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

~~잭필드 3종 세트 마렵네~~

4. 파는 물건들이 재미난 것들이 많아서 덜 지루하다.

룰루랄라 요가복 파는 거 보면서 내가 구입해서 입을 것도 아니고, 5L짜리 콜라 30개씩 파는 거 사고 싶은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홈쇼핑도 안 본지가 백만 년인데 외국 홈쇼핑이 재밌다고???? 그냥 외국 유튜버들이 광고협찬받아서 웃긴 영상으로 홍보하는 게 더 재밌지 않나?

이 글 쓴 분은 홈쇼핑이 영화보다, 유튜브보다, 코로나 치료제 뉴스보다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취향은 존중합니다.

5. 언제고, 아무 때나 봐도 내용 연결이 안 되므로 좋다.

음...

난 전후 맥락이 연결되는 게 좋고, 그게 실생활에 유익하다고 보는데 필자 생각은 다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