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사되기
결론부터 말하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나마나한 말인가? 하지만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내가 모든 학교를 경험해본 것도 아니고, 다른 학교 사정까지는 모른다.
좀 자랑같지만, 난 사립 학교 지원 원서를 낸 첫 학교에 채용되었다. 그래서 직접 경험도 많지 않다. 더구나 8년 전에 채용되었으니 현재는 어떤 지 알 수 없다. 다만,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과 선생님들의 말을 통해 간접 경험은 존재한다. 이를 문답식으로 간단히 적어보기로 하자.
Q1. 사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서울은 1억, 지방은 5천을 줘야 한다던데요?
A1. 아니다. 우리 학교는 당연히 받지 않았고, 내 주변에 서울권에서 채용된 사람들(절친 포함) 중 돈을 내고 학교에 들어갔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더구나 요즘 들어 진보 교육감이 연이어 당선하며 사립 채용부정에 관해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 학교에서도 감히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적다고 생각한다.
단, 내가 대학교 2학년일 때 졸업한 선배가 들려준 경험담은 있다. 인천 모 학교에서 정교사 채용 공고가 있어 최종면접까지 갔었는데, 그 때 학교 교장(또는 교감)이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몇 천만원을 낼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학교발전기금'을 내면 채용해주겠다는 뉘앙스였다고 하는데, 선배 입장이니까 왜곡이 있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학교가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애매한 결론을 내는 이유다.
'여전히 그러한 학교는 존재할 수 있으나 과거에 비해 분명 줄었다. 실제로 서울권을 중심으로 한 여러 학교에서는, 금전 요구를 전혀 받지 않고 임용된 사립 교사가 차고 넘친다.'
Q2.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돈내고 받은 놈들이 '저 돈 내고 들어갔어요.'하는 놈들도 있냐? 다들 쉬쉬하면서 다 그런 거지. 사립학교 뻔하잖아?
A2. 믿거나 말거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는 증명해줄 수도 없고, 증명해줄 필요도 없다. 대중은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이게 참 고약한 질문(?)이다. '돈을 냈다'고 하면 수긍할 거다. 하지만 '돈을 안 냈다'고 하면 숨기는 거라며 믿지 않는다. 이건 결국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논리로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게는 이런 불쾌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내가 임용되어 첫 해를 보내고 있을 때, 대학교 후배가 교생 실습을 왔다. 담당 교생이기도 하고, 대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신경써주며 잘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후배가 말을 꺼냈다. 청소 지도가 끝나고 조용히 교실에 둘만 남은 시점이었다.
오빠, 그런데... 있잖아요. 이 학교는 얼마 내면 들어올 수 있어요? 솔직히.. 저도 다 알아요. 사립은 그렇잖아요. 저도 교사가 꼭 되고 싶은데 어디 물을 데가 없어서요. 솔직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난 진짜 벙쪘다.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질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어안이 벙벙했다. 말은 질문이었지만, 그건 사실 질문이 아니다.
너도 돈내고 이 학교 들어왔지? 아닌 척해도 다 알아. 니가 실력으로 들어온 게 아니잖아.
라는 전제를 해야만 꺼낼 수있는 말이다. 그 무례함에 혀를 찼다. 그리고 대충 답변해줬다. 어차피 믿을 것도 아니잖아. 안냈다고 하면 거짓말한다고 생각할꺼면서 뭘 물어봐. 그렇다고 안낸 돈을 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이후 나는 이와 비슷한 질문에 설명(또는 해명)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대로 믿고 행동하세요'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리고 웃는다. '그런 사람들 덕에 내가 임용된 게 아니겠는가' 돌아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