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선생 Nov 25. 2019

1억 내면 교사 시켜주신다구요?

사립학교 교사되기 


결론부터 말하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나마나한 말인가? 하지만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내가 모든 학교를 경험해본 것도 아니고, 다른 학교 사정까지는 모른다.


좀 자랑같지만, 난 사립 학교 지원 원서를 낸 첫 학교에 채용되었다. 그래서 직접 경험도 많지 않다. 더구나 8년 전에 채용되었으니 현재는 어떤 지 알 수 없다. 다만,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과 선생님들의 말을 통해 간접 경험은 존재한다. 이를 문답식으로 간단히 적어보기로 하자.

Q1. 사립학교 교사가 되려면 서울은 1억, 지방은 5천을 줘야 한다던데요?

A1. 아니다. 우리 학교는 당연히 받지 않았고, 내 주변에 서울권에서 채용된 사람들(절친 포함) 중 돈을 내고 학교에 들어갔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더구나 요즘 들어 진보 교육감이 연이어 당선하며 사립 채용부정에 관해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 학교에서도 감히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적다고 생각한다.

단, 내가 대학교 2학년일 때 졸업한 선배가 들려준 경험담은 있다. 인천 모 학교에서 정교사 채용 공고가 있어 최종면접까지 갔었는데, 그 때 학교 교장(또는 교감)이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몇 천만원을 낼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학교발전기금'을 내면 채용해주겠다는 뉘앙스였다고 하는데, 선배 입장이니까 왜곡이 있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학교가 없을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 애매한 결론을 내는 이유다.

'여전히 그러한 학교는 존재할 수 있으나 과거에 비해 분명 줄었다. 실제로 서울권을 중심으로 한 여러 학교에서는, 금전 요구를 전혀 받지 않고 임용된  사립 교사가 차고 넘친다.' 


Q2.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돈내고 받은 놈들이 '저 돈 내고 들어갔어요.'하는 놈들도 있냐? 다들 쉬쉬하면서 다 그런 거지. 사립학교 뻔하잖아?

A2. 믿거나 말거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는 증명해줄 수도 없고, 증명해줄 필요도 없다. 대중은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이게 참 고약한 질문(?)이다. '돈을 냈다'고 하면 수긍할 거다. 하지만 '돈을 안 냈다'고 하면 숨기는 거라며 믿지 않는다. 이건 결국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논리로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게는 이런 불쾌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다. 내가 임용되어 첫 해를 보내고 있을 때, 대학교 후배가 교생 실습을 왔다. 담당 교생이기도 하고, 대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신경써주며 잘 생활하고 있었다. 어느 날, 후배가 말을 꺼냈다. 청소 지도가 끝나고 조용히 교실에 둘만 남은 시점이었다.

오빠, 그런데... 있잖아요. 이 학교는 얼마 내면 들어올 수 있어요? 솔직히.. 저도 다 알아요. 사립은 그렇잖아요. 저도 교사가 꼭 되고 싶은데 어디 물을 데가 없어서요. 솔직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난 진짜 벙쪘다. 이게 지금 할 수 있는 질문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어안이 벙벙했다. 말은 질문이었지만, 그건 사실 질문이 아니다.

너도 돈내고 이 학교 들어왔지? 아닌 척해도 다 알아. 니가 실력으로 들어온 게 아니잖아.


라는 전제를 해야만 꺼낼 수있는 말이다. 그 무례함에 혀를 찼다. 그리고 대충 답변해줬다. 어차피 믿을 것도 아니잖아. 안냈다고 하면 거짓말한다고 생각할꺼면서 뭘 물어봐. 그렇다고 안낸 돈을 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이후 나는 이와 비슷한 질문에 설명(또는 해명)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대로 믿고 행동하세요'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리고 웃는다. '그런 사람들 덕에 내가 임용된 게 아니겠는가' 돌아보면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픔을 꺼내기엔 아직은 이른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