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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선생 Nov 07. 2019

아픔을 꺼내기엔 아직은 이른 시간

형 이야기를 꽤 길게 썼다. 왜 내가 형에게 보낸 카톡은 여전히 1이 남아있는지. 어린 시절 형과 나는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뭐 그런 이야기들. 한참을 쓰고,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지웠다. 이건 아니다.


다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제목도 멋지게 지었다. <가족, 그 상상의 공동체 부수기>. 어릴 적 내가 경험한 가족의 모습을 적었다. 내가 상상하지 못 한 가족의 유형이 있었음을 알게 된 순간을 썼고, 반 페이지 정도를 채웠다. 그리고 멈췄다.


더 이상 가족 이야기는 쓰지 못 하겠다. 몇 번이나 글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결국 다시 백지에서 글을 시작한다. 쓰고 나면 후련하고 당시 겪은 아픔이 조금은 녹아내리는 것 같은데, 과정은 너무 고통스럽다. 글을 쓰려면 기억을 떠올려야 하니까. 그때의 온도, 눈빛, 말투. 난 겁먹은 어린 아이로 돌아가 버린다. 흉터로 남은 옛 기억을 짚어보려 했더니 아직 상처조차 다 아물지 않았다. 그만 쓰자. 언제고 완전히 아물어 흉터로 남으면 그때 웃으며 적어야겠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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