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야. 엄마 직장 그만뒀어.”
“앞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아서 그만둔다고 했어.”
“잘했어요, 엄마. 진작 그만뒀어야 하는데!
고생 많았어요.
이제 무리하지 말고 편히 쉬세요.”
“그러게.”
“언제쯤 나 직장 안 다니고 편하게 생활하게 해 줄 것이요~?”
“그땐 그 일을 어떻게 했나 몰라.”
“잘했어. 그놈의 가게 남 좋은 일만 시키느니 그만두는 게 훨씬 낫지.
나 혼자 벌어서도 두 사람 입에 어떻게든 풀칠하면서 살 수 있으니까
일 더 가지 말고 집에 있어.”
“B야. 그런데 말이야...”
“엄마 일자리 구했어.”
“응? 엄마 무슨 일이요?”
“응, 힘든 건 아니고. 옆집 아지매가 공공근로라는 게 있다고 소개해줘서 지원했는데 그게 됐네?
아침에 따릉이 보관소들 돌면서 소독하는 거래.
다음 주 월요일에 교육도 있다고 어디로 나오라던데?”
“엄마 잘됐네요. 그거 그런데 열심히 안 해도 돈 주는 거고, 일자리 만들려고 짜낸 자리니까 대충대충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 없을 거예요.
괜히 열심히 해서 힘들어하지 말고 슬렁슬렁 요령 피면서 해야 해요!”
“그랴~?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건데 깨끗하게 잘 소독해줘야지. 거기 가면 매일 소독약 6개를 준다는데 엄마 배낭을 들고 다닐까~? 그런데 발이 아직 온전치 않아서 걱정이긴 하네?”
“아들아. 내일 교육받는 데 가려면 그런데 어떻게 가야 할지? 엄마한테 카톡으로 좀 정리해서 보내줄래?”
“네 엄마. 지금 정리해서 보낼게요. 그래도 꼭 쉬엄쉬엄하셔야 해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구나.”
‘축하해요. 엄마.
엄마의 은퇴를 축하하고, 엄마가 새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축하해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그 순간마다 의미 있게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응원해요.
엄마 덕분에 나도 따릉이 타면서 매일 안전하게 퇴근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