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family in Europe
유럽여행 17일 차, 2023년 1월 31일.
숙소에서 기차역인 베니스 메스트레(Venezia Mestre)로 각자의 캐리어를 끌고 향했다. 유럽여행을 하는 동안 2-3일에 한 번씩 숙소를 옮겨야 했기 때문에 계속 큰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게 힘들었다. 유럽 길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아서 이곳저곳 끌고 다니다 보니, 부모님 댁에서 빌린 캐리어 하나는 고장이 난 상태여서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우리가 갈 피렌체에 가서 다른 캐리어를 하나 구입해야 했다.
베네치아에서 피렌체까지 기차로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오후 5시 17분, 기차가 출발했다. 쾌적한 공간에 조용하기까지 한 기차의 창밖을 보면서 여러 소동이 있었던 베네치아의 시간들을 되뇌었다. 1박 2일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말처럼 행운이 따르며 아무런 탈 없이 다음 여행지로 향했다.
해가 지고 오후 8시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했다. 역 근처에 한국 사람들에게 티본스테이크로 유명한 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홀에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고, 직원들 중에 한국 사람도 있었다.
직원의 안내로 자리를 배정받고 메뉴판을 보니 알베르토의 사진이 있는 걸 보고 기대하며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지 고민했다. 배가 고팠던 우리 가족은 당장 엄청난 양의 고기를 먹을 정도였다.
잠시 후, 우리 테이블의 웨이터가 와서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 웨이터가 티본스테이크가 아니라 미국산 안심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강요를 했다. 직원에게 우리는 티본스테이크를 먹을 거라고 했는데, 계속 강요를 해서 기분이 나빴다. 그러면서 조금 언쟁이 있었고, 한국어를 하는 직원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상황을 이야기하고 테이블 웨이터를 교체하고 우리가 먹고 싶은 것을 주문했다.
기분 좋게 왔는데, 웨이터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아내도 비싼 돈을 내고 기분 좋게 먹었으면 했는데, 내가 계속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식사를 하니 다투게 됐다. 어떻게 고기를 먹고 나왔는지 몰랐다.
저녁을 먹고 피렌체에서 보낼 숙소를 찾아갔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큰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게 힘들었다. 특히 고장 난 캐리어가 계속 말썽이었다. 중간 정도 되는 곳에 캐리어를 파는 상점이 있어서 캐리어를 샀다. 짐을 옮기는 건 숙소에 가서 하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어리둥절했다. 숙소 문이 잠겨있었다. 문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어서 숙소에 전화를 했더니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호텔 인포메이션이 3층에 있었다. 알아보니 주택가의 개조된 연립 주택에 3층과 4층을 호텔로 만든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도 옛날식이라서 문을 열고 닫아야 했고, 간신히 2명이 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작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긴 하루의 시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