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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완성하는 실링왁스 프로젝트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며

by 공간수집가

지속가능디자인이라는 말은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장 자주 떠올리는 단어 중 하나다. 나는 공간을 만들 때, 그리고 사라져 갈 작은 오브제를 바라볼 때마다 ‘왜 이 물건이 지금 여기에 존재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곤 한다. 의미 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적절한 시간 동안 사랑받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때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 이번 실링왁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도 같은 질문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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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실링왁스라는 소재를 다룬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다소 생소한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오래된 것을 오늘의 감성으로 옮겨오는 과정 자체가 바로 지속가능디자인의 실천이라고 느꼈다. 버려지기 쉬운 물성, 잊혀지는 도시의 이야기, 지나쳐버린 문양들을 다시 하나의 쓰임으로 되돌리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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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나의 취향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작업이었다. 수원의 문양을 고르고 도안을 그린 일, 인장의 균형을 맞추고 스푼과 스틱의 조합을 테스트하는 일, 패키지 디자인과 봉투 선정까지.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다 보니 굿즈 제작의 감을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인장 제작 단가는 생각보다 높았고, 맞춤형 금속 가공의 최소 수량도 적지 않았다. 뭘 잘 모르고 덤비면 이렇게 된다는 걸 몸으로 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가 가진 핵심 가치가 무너지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가격 타협없이 부딪혀보기로 했다. 제작 단계에서 필요한 공정을 내가 직접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진행하기로 하면서. 작은 시련처럼 느껴지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런 불편함이 오히려 이 프로젝트의 밀도를 높여 준다고 믿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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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에 대한 나의 고집도 지켜나갔다. 자연 친화적인 가치를 담기 우해 친환경 종이 패키지를 사용했고, 인쇄 방식을 변경해 내가 직접 프린트한 아트페이퍼를 사용하기로 했다. 포장 방식의 변경은 기업이나 브랜드 취할 수 있는 편하고도 좋은 방식 중 하나지만, 나만의 핸드메이드 감각을 더 표현하고 싶었달까. 그대로 두면 버려졌을 자투리 종이와 원단을 다시 쓰는 방식, 친환경 종이 패키지를 선택한 과정, 공정을 줄이기 위해 내가 직접 프린트한 아트페이퍼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 지속가능디자인의 철학을 잃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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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쓰고 싶은 물건,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 물건, 과정을 존중한 물건을 선택하는 흐름.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실링왁스 프로젝트가 조용히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역시 지속가능디자인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 믿으니까.



오늘은 펀딩의 마지막 날이에요. 몇 시간 후면 이 여정의 문이 닫힙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한 사람이 만든 물건이 아니라 열 명의 손길이 함께 만든 마음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여러분의 선택으로 저의 여정을 함께 완성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s://tumblbug.com/sealingw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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