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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1.취향

공간을 꾸리다보니 물건을 사고 주문할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취향이란 뭔지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어릴때도 취향은 확고했던 것 같지만 선택권이 없어 취향부릴(?) 것이 없었는데, 돈을 벌고 결혼을 하면서 부터는 취향을 더더욱 공고히 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살려면 돈이 있어야지! 했었는데, 이번에 공간을 꾸리면서 돈도 필요하지만 돈으로 안되는 것들도 많다라는 것을 느꼈다. 에잇 취향 뭐 이렇게 어렵노.

싱크대 사건. 그대로 쓸까 하다가 공간 활용을 더 하고 싶어 있던 싱크대를 뜯어 냈다. 기왕하는 거 어디서 본건 많아서 노출형으로 예쁘게 해보고 싶었기에 수전 따로 사고 싱크볼따로 사서 프레임만 제작해 하고 싶었지만, 프레임 제작하는 곳을 갔더니 그렇게는 디테일하게 못해준다고 한사코 거절이다.


프레임 제작하시는 분이 업소용 싱크대 제작하는 곳을 소개해줘 가서 쭈삣쭈삣 취향을 이야기 했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그런건 되지도 않는다고... 카다로그를 펴면서 이중에서 사이즈 고르고 수전 구멍 어디를 뚫을지 고르란다. 차마 수전마저 휘둘리고 싶지 않아 수전은 따로 사겠다고 했더니 괜한 돈쓰는 거라고 한마디 들었다. 큰소리에 넋과 혼이 다 나가 정신없이 선택을 하고 나왔는데...무진장 찝찝했다. 


공간으로 돌아와 내가 그렇게 무리를 이야기 한걸까. 그게 진짜 안되는 걸까를 되뇌이며, 버릴까 말까 하던 수납장을 쳐다보았다. 수납장을 고무망치로 분해해서 피스를 장도리로 다 빼고 들어갈 사이즈를 재서 톱질을 하기 시작했다. 무념무상으로 만들다 보니..


그래.. 아저씨는 새로 싱크대 제작이 귀찮을 수도 있겠다. 제작해서 안맞으면 버릴 수도 없고 거절하고 싶었겠다. 하며 한 속으론 이해하고, 또 한 속으론 취향이란게 참 별거네. 돈있다고 그 취향 다 부리고 살 수 있는 건 아니구나. 많이 알아야되고 많이 할줄 알아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머리 속을 정리하면서 2-3일 걸려 망치질, 톱질, 드릴질, 못질을 하고나니 그럴듯한 수납장이 만들어졌다. 세상 허접시럽지만 찜찜하지 않았다. 원하는 색 원하는 사이즈로 꼭 들어맞았다. 싱크대는 원하는 수전은 아니지만, 장소에 어울릴 수전을 구하고 아래 배관을 정리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취향이란게 별건가 싶으면서도 그 별거를 지켜내는 수고로움을 치루면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는데. 페이지 20장을 넘는 스크롤 압박의 수많은 기성품들 안에서 내 취향을 찾는 것도, 그마저도 없어서 돈을 주고도 내 원하는 것을 못만드는 것보다, 때론 모든 것이 주문 생산, 자가 생산이었을 때가 더 합리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들었다.


분명 기업의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많이 해서 제품을 내놓았을 테지만, 각각 다른 공간에 맞는 것, 각각 다른 사람의 손에 맞는 것을 고민해서 만든 것들이 더 착 감기는 맛이 있다. 그래서 핸드메이드, 빈티지를 사람들이 찾는걸까...?


아무튼 공간을 채우는데 취향과 기성품, 돈 간에 타협을 하고 있다. 이 새벽에도 스크롤 압박의 그라인더를 찾다가 못찾아서 인스타에 장문의 글을 써본다.


#부암댁의넋두리 #부암댁의생각 #취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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