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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암댁 Mar 01. 2022

부암댁의 생각_2.정성에 대하여

‘정성을 다해 키운거야’
‘정성을 다해 만든거야’
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 그러니까... 힘들게 신경쓰며 했다는 이야기 인건데, 받아보면 때때로 맛이 안좋거나 비주얼이 헝클어져있거나... 어디에 정성을 쏟은거지 싶을땐 대략난감하다. 감사합니다하고 받아오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놔둔다.

아니 정성을 안들이고도 할 수 있나? 그 정도는 당연히 품을 들여야 하는 거 아닌가?혼자 날서서 곱씹다 또 괜한 것에 날세운다 하며 내려놓는다. 정성이 뭐길래...

정성(精誠):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아...이 애매한... 국어사전 던지고 한자사전 눌러본다.
精(정): 정성을 들여서 거칠지 아니하고 매우 곱다. 깨끗하다.
誠(성): 참되다. 진실하다

난 거칠고, 지저분하고, 곱지 않고, 대충하는 사람이었기에 어릴때부터 많이 혼났다. ‘빨리하는게 좋은게 아니다. 손 두번가게 일하면 무슨 소용있니. 사람은 뒷자리가 깨끗해야한다. 가지런히 해라 다 이런걸로 사람 됨됨이 보는거다. 대충하지마라. 확실하게 찾고 알아봐라. 블라블라블라’ 엄마의 잔소리 중 거의 대부분이 내 정성이 모자란 것에 대한 것이었다.

그냥 대에충 해도 그까이꺼의 마음으로 살았다. 요리도 뭐 그런식으로 했다. 맛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배우고보니 아니었다. 정성을 바로 들인 음식은 맛의 수준이 달랐다. 그렇게 느끼고 난후 음식 고수들은 정성을 어떻게 들이는지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자연에서 자란 식재료의 모양새를 생각하고 먹는 사람을 생각해서 재료를 씻고 다듬고 자른다. 어떻게 정성을 들이는지 조금씩 배우면서 엄마의 잔소리가 이제사 도움의 말로 들리면서 내 거칠고 막힘없던 손짓에 브레이크를 건다. 천천히, 하나씩, 확실하게.

TV에서 소금을 흩뿌리고 양파를 착착착썰고 후라이팬에 촤촤 하면서 불쇼하며 휘리릭 볶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던 것이 이젠 아...저러면 안되는데로 보인다. 정성을 다했다고 하면 어디에 정성을 다한건지 자꾸 따져보게 된다. 그러니까 마음을 담은거지 정성을 알맞게 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이래서 꼬장꼬장해지는구나! 조심!!

아직도 먼 정성의 길. 타고나길 정성이 없게 타고나서 고쳐야할게 너무 많다. 오늘도 정성을 배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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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댁의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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