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모래알이든 바위든 가라앉기 마찬가지예요 *스포주의

by 비누방울

*영화의 모든 줄거리, 장면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모래알이든 바위든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예요
오대수는 말이 너무 많아요
누구냐 넌

등등 수많은 명대사를 낳은 영화 올드보이,

말로만 듣던 이 유명한 영화를 28살에 처음 봤을 때의 그 충격이란...

정말 수작이란 이런 걸 두고 말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영화 첫 장면, 술 먹고 딸에게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를 걸다 누군가에게 오대수는 납치된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의 오대수... 그의 하루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수습당한다.

납치되고 15년이 지나 한 빌라 옥상 캐리어 안에서 깨어난 오대수가 처음 만난 사람은 자살하기 직전의 사람이다. 개를 안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그는 말한다.


"내가 아무리 짐승만도 못한 놈이어도요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닌 가요? "


오대수를 관통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그를 남겨두고 오대수는 자신을 가둔 사람을 찾기 위한 길을 떠난다. 그러다 들어간 한 일식집에서 초밥을 만드는 미도를 만난다. 미도와 함께 15년 동안 먹던 군만두의 맛으로 중국집을 찾아내고 자신을 가둔 곳도 같이 찾게 된다. 결국 이우진을 찾게 된 오대수는 마지막 복수를 위해 그의 펜트하우스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미도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우진이 자신을 가둔 이유 또한 알게 된다. 오대수는 미도에게 비밀을 알리지 말라며 스스로 혀를 자른다. 서로의 복수가 끝나버린 오대수는 혀를 잘랐고, 이우진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택한다.

시간이 흘러 오대수는 자신의 기억도 지우기 위해 최면술사를 만난다. 그의 기억이 지워졌는지는 확실하지않지만 오대수에 대한 미도의 사랑은 지워지지 않는다.

미도의 사랑해요 아저씨를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우진이 사랑했던 사람이자 친누나인 이수아는 소문으로 인해 죽는다. 소문은 이수아를 상상임신하게 만들고 결국 그녀는 이우진이 보는 앞에서 자살한다. 다리 난간에서 이수아는 이우진의 손을 잡고 그에게

너도 힘들었지라고 얘기한다.

결국 이수아를 죽인 건 그녀의 손을 놓아버리고 스스로를 선택한 이우진 아니었을까 싶다. 이우진은 그 죄책감속에 살아가다 그 시간 속에 갇혀 버린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날에 멈춘 그는 모든 생을 자신이 사랑한 여자 이수아를 죽인 소문의 시발점을 찾는데 받친다. 끝끝내 시발점인 오대수에 대한 복수가 끝나자 살아갈 이유가 사라진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내가 생각하는 명대사는 모래알이든 바위든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예요 이다. 원인의 무게가 어떻든 그 결과는 똑같다는 것. 원인 제공을 적게 하고 크게 하고 와 상관없이 죗값은 똑같다는 것. 모래알 같은 말을 한 게 오대수라면 바위가 같은 행동으로 누나의 손을 놓친 게 유지태 아닐까 그 가장 큰 죄 값은 그래서 스스로 죽음으로 치른 게 아닐까 싶다.




근친을 한 자기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오대수가 근친을 하게 만들며 그 고통을 전해준다. 하지만 이우진이 미도에게는 오대수가 그녀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아무 죄 없는 미도에게 이미 죄를 지은 이우진의 마지막 친절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그 사실을 오대수는 절대 전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우진은 자신의 부하가 오대수를 죽이려던 그 순간 부하를 총으로 쏴 오대수를 살린다. 오대수의 죽음은 이우진이 원하던 복수가 아니다. 평생에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것,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혼자 앉고 살아가는 것이 이우진이 바란 오대수에 대한 복수이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 되어 버린 오대수. 살기 위해 기억을 지우지만 과연 진짜로 지워졌을까.





“모래알이든 바위든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예요.”

이우진이 던진 말은 사실 나에게도 향했다.
현실에서도, 아주 작은 말 하나가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


나는 어릴 적 매일 걷던 골목길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엄마가 한 말은 단 하나였다.


“그 길로 다니지 마.”


그 말은 나의 고통이 내가 그 길로 갔기 때문에 생긴 일이 되어버렸다. 가해자의 존재는 사라지고, 피해자인 내가 원인으로 둔갑했다. 그래서 나는 이 대사가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겐 모래알일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바위일 수 있다는 것.


말은 생각보다 무겁고, 모래알도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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