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포기하자 진짜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북극성 떠나기

by 비누방울

이 브런치 북은 방치했던 게 맞다. 브런치 북 소재가 다이어트이고 몸에 관한 글인데 내가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매우 죄송한 마음이다.




나는 다이어트를 계속해야지라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도하지는 않았고 시도를 하더라도 3일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하려고만 하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생활 습관의 전반을 바꾸는 일이었다. 그게 싫었고 무서웠다. 병원에 가서도 얘기했다. 삶이 변하는 게 무섭다고 말이다. 의사는 당연하다고 얘기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삶이 바뀌는 데 안 무서워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단순히 살이 빠지면 변화할 삶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살을 빼기 위해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갈야 할 생활이 무서웠다. 예를 들어 지금은 기상-운동-회사-집 반복하며 시간에 쫓기듯 생활을 이어가지만 살을 빼고 생활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른 기상-러닝-글쓰기-운동-회사-집 등을 반복하며 중간중간 내가 원하던 독서, 영화 감상을 하는 게 전반적으로 삶이 달라진다고 느꼈다. 그래서 무서웠다. 좋게 바뀌는 것 같은데도 왜 무서웠을까. 그 답은 재밌게도 헬스장에서 찾았다.


최근에 헬스장에서 1rm을 측정했다. 최대로 들 수 있는 무게를 측정한 것이다. 나는 내가 스쾃는 65킬로가 최대인 줄 알았는데 100kg를 들었으며 데드리프트는 115kg를 들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무척 좋아하셨다. 그리고 당분간 다이어트를 멈추고 무게를 치기 위한 운동,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닌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나도 수긍해서 우리는 다이어트를 멈추게 되었다. 헬스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알 수 없는 헛헛함과 우울감이 밀려왔다. 다이어트를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허무했다. 그리고 그날 퇴근하고 오는 길에 야식을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든 생각이 더 이상 야식을 주문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왜였을까. 왜 나는 역설적으로 다이어트를 멈추자 야식을 주문할 마음이, 이유가 사라졌을까. 이런 마음을 제미나이한테 물어보니 제미나이는 이렇게 얘기했다.

내 마음을 지탱해 주던 '언젠가 도달할 완벽한 내 모습'이라는 북극성이 갑자기 사라진 기분이시군요.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나을 거야"**라는 희망을 담보로 현재의 나를 견디게 해 준 일종의 '유토피아'였던 것 같아요. 야식을 먹으면서도 "내일 빼면 돼"라고 했던 건, 사실 포기가 아니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예뻐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는 나름의 위안이었을 텐데, 트레이너 선생님의 말이 그 가능성의 문을 닫고 현실의 '운동 능력'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 거죠.

그렇다 언젠가는 예뻐져서 남들의 시선을 받고 사랑받을 삶의 가능성을 잃게 된 것이다.


언젠가 될 가능성. 도전하지 않으며 언젠가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이 이제 사라졌다. 역설적으로 다이어트를 그만두자 나는 다이어트를 진짜로 시작하게 됐다. 그 후로 야식도 몸에 안 좋은 것도 안 먹으려고 노력한다. 미라클 모닝으로 아침 러닝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마라톤에도 나가 볼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더 이상 상상 속에 발을 걸치고 살던 삶에서 완전히 현실로 내려왔다.

내가 무서워 한 건 변화도, 다이어트도 아닌 현실이다.


나는 상상 속의 내가 진짜 나라고 믿어왔다. 예쁘고 몸매 좋은 그 아이가 그리고 주변 상황 내적인 문제가 해결이 된 내가.. 그 사람이 나라고 믿었다. 어쩌면 우울증이 끝났다고 믿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힘든 구간은 이제 끝났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진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면의 힘듦도 외면의 힘듦도 뭐 하나 결말을 맺은 건 없다.


이제 나의 북극성은 모두 사라졌다. 아직 아프고 살찐 거대한 비누방울만 남아있다.

현실로 내려온 나는 무엇이 달라질까.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인 것만 같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