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아니요

by 비누방울

나는 나를 사랑하는 가. 이 질문은 아주 지겹도록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 대답은 항상 같았다. 그렇게 사랑했으니까 내가 여기까지 살아왔겠지였다. 사랑하고 아끼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있겠지. 나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나의 브런치 연재 글을 다시 읽고 소개글을 읽었다. 이 연재는 원래 나의 '몸'을 사랑하려는 글이었다. 인생이고 생존이고 나발이고 순전히 '몸' 말이다. 그럼 질문을 바꿔서 '나는 나의 몸을 사랑했는가, 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그 답은.. 그렇지 않다. 나는 생존을 위한 삶, 나의 목숨은 소중히 했을지언정 목숨과 가장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몸은 사랑하지 않았다.


나에게 내 몸은 언제나 성추행으로 더럽혀진 존재였으며, 내가 유일하게 막 대해도 되는 대상이었다. 또 어쩌면 유일무이한 내 폭력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게 자해할 수 있는 대상말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마음이 불안해지면 자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생채기를 내는 방식은 너무나도 아플 거 같다. 그렇다고 나를 안정시키는 자해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면 먹고 싶지도 않은 음식을 그냥 밀어 넣기 시작한다. 일단 먹어서 불안감을 낮추고 내 몸을 막대하면서 나에 대한 주도권을 내가 잡았다고 믿는다. 어딘가 이상하게 주도권을 잡고 내 몸에 대한 폭력을 자유롭게 행하다 보면 알 수 없는 해방감과 적을 무찔렀다는 감정이 든다. 타인에게서 물리적이든 비물리적이든 폭력을 당할 때마다 나의 몸처럼 느껴지지 않던 내 몸이다. 그 몸을 이제는 내가 괴롭히니 마치 내 몸에 주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폭력을 당해 잃은 몸을 다시 폭력으로 되찾는 아이러니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니,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야식을 먹었다. 배가 고팠거나 그날의 식사를 제대로 못했냐면 그렇지 않다. 배는 고프지 않았고 식사도 충분히 했다. 단지 감자튀김이 너무 먹고 싶었으며, 습관이자, 존중하지 않을 대상이 필요했다. 눈치 보지 않고 대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의 친구, 내 몸. 야식은 그렇게 나에게 폭력과 해방감을 선사한다. 먹고 나면 몰려오는 혈당 스파이크 덕분에 잘 수 있다. 먹는 순간 느끼는 자유로움을 즐긴다. 한편으로는 위가 찢어질 듯 먹고 너무 느끼해 미칠 거 같다. 여러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꾸역꾸역 먹는다. 아니, 내 몸에 내 손으로 직접 밀어 넣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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