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여행 1

우리는 바다 보러 간다

by oowa

이른 아침 친구와 둘이 여수행 기차를 탔다.

마음 맞는 친구와 가까이 살아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이런 거다. 동네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그냥 갑자기 뭐든 일단 같이 시작하게 된다는 것.

"갈래?"

"가자!"

"출발!"

노트북이 가볍다 해도 들고 오래 걷다 보면 무겁다. 그렇다고 더 가벼운 노트북이 나올 때마다 자꾸 살 수도 없고. 마침 어느 모임에서 작가 한 분이 블루투스 키보드의 편리함에 대해 얘기했는데 우리는 동시에... 눈이 마주쳤던가? 하여튼 반짝! 했다. 딸이 태블릿과 블루투스 키보드 쓰는 걸 보긴 했는데 스마트폰과 함께 써도 된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 맛집 검색이나 여행 일정 짜는 것보다 중요한 게 나타났다.

녁 내내 검색하고 주문한 지 이틀 만에 귀엽고 가볍고 슬링백에 딱 들어가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만났다. 스마트폰과 연결하고 테스트를 했다. 'ㅊㅎ바보 ㅊㅎ바보 ㅊㅎ바보' 옆에서 보던 딸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나의 영원한 호구 남편이 이럴 때 또 제일 먼저 생각난다.

집에 넘쳐나는 펠트로 파우치도 만들었다. 키보드를 보호하고 소음을 줄여줄 스킨이 없는 게 마음에 걸려 여행 전날 밤 주문했더니 새벽에 도착했다. 스킨이 키보드에 착 감겼다. 여행 가기도 전에 벌써 기분이 좋았다.


"키보드 샀어"

"나도"

서대전에 정차하는 열차라 여수까지 3시간 20분이나 걸리니 뭐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짜잔. 파란 체크무늬 파우치 안에서 버터빛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냈다. 친구는 손바닥만 한 카키색 케이스를 꺼내더니 착 펼친다.

"뭐야, 해커용이야?"

키보드를 보니 새삼 친구랑 나는 취향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디테일한 취향은 다르지만 둘 다 고 싶고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데다 무던해서 그런지10년이 넘도록 재미있게 잘 지낸다.



뒷자리 아저씨는 집에서 전화하는 것처럼 마음껏 웃으며 전화를 몇 통이나 했다. 승무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차여행 갈 때마다 내가 입만 뗐다 하면 승무원이 나타나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고 가는데 저 아저씨는... 치고 빠지기의 달인인가?

이번엔 블루투스 키보드 덕에 눈치 보며 이야기할 일도 없이 각자 할 일에 집중했다. 3시간 동안 말없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친구가 있어 참 좋다.


창 밖에는 비슷한 듯 새로운 겨울 풍경이 빠른 듯 천천히 바뀌었다. 커피가 다 식어버렸지만 찮았다. 마스크를 꼭 하고 기차 타던 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기차 안에서 편하게 커피 마실 수 있는 것에 감사다.

여수 밤바다를 보고 갈 수 있을까, 기차 시간 때문에 못 보고 가면 많이 아쉬울 텐데 하며 여수 엑스포역에 내렸다. 역 광장의 거북선과 눈 맞추고 길 건너 엑스포 전시장을 지나가니 바로 바다가 펼쳐졌다.

하~~~ 수의 밤바다는 잠시 잊어버릴 만큼, 파랗고 평화로운 여수의 아침 바다였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침을 먹으러 가려했지만 바다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바다를 따라 걸었다. 늘이 고요히 둘러 안은 속에서 물결은 나란히 손을 잡은 채 잔잔히 흔들렸다. 맑고 깊고 평온한 파랑의 감동, 그 하늘빛과 바닷빛을 담아낼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우산을 챙겨왔는데 이렇게 청명한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수 여행은 성공이다.



여수하루여행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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