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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푸딩 Aug 30. 2015

왜 글을 쓰는가

글을 쓰며 이유를 찾아가다


왜 글을 쓰는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결하다. 취업이 안 돼서. 취업 준비를 하기 전까지 나는 별다른 실패를 겪지 않았다. 완벽하게 만족할 만한 삶을 산 것은 아니었지만, 말썽 부리지 않는 착한 딸이었고 혼자서 자기 할 일 척척 잘하는 하나의 존중해줄 인격체였다.


 그러나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200군데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그중 대부분이 불합격이었다. 운 좋게 면접장에 가면 면접관들은 요상한 질문으로 나를 괴롭히고는 비웃듯이 떨어뜨렸다. 당시 토해내듯이 쓴 글에서처럼 나는 ‘뭘 해도 안될 병신’이었다. 그땐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했고,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잠깐의 기쁨 뒤엔 실망이라는 철퇴가 나의 자신감을 부수어 놓았다. 건강하던 몸이 이유 없이 아팠고, 이전에도 독특하다고 사람들이 평가하던 나의 성격은 점점 더 괴팍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멀어지는  듯했고, 나는 못난 자존심으로 표독스럽게 혼자 있으려고 했다.


  그렇게 2년쯤 사람답지 않게 살며, 바닥이 어디인가 가늠할 때쯤 나는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있었다.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어느 날  10km가량을 걸으며 한 편의 시를 만들어 냈고, 한 없이 게으르고 못난 자신을 자조하는 수필을 쓰고는 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나는 병신이 아니라 감수성을 가진 보통 사람이었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살면서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정하게 되었다.


 그 후 ‘내가 글을 써도 될 사람인가’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주변인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며 그들의 반응을 보았고, 나의 과거를 되짚어보며 재능의 유무를 찾으려 했다. 책 한 권 읽어보지 않을 정도로 관심 없던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하여 작가의 삶이 어떤지 슬쩍 간을 보러 가기도 했다.


  신기했다. 그러한 일들이 모두 나에게 글을 쓰라고 하는  듯했다. 주변인들은‘네가 경영학과 나와서 회사에 취업한다고 준비하는 게 더 이상해 보였다’는 반응이었고(물론 소수의 반대의견도 있었지만 양쪽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우연히 발급받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서의 시화전 수상, 교지에 실린 어리숙한 시의 흔적이 내게 부끄러운 확신을 주었다.


김애란 작가와의 대화, 그곳에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


 지금은 좋아하는 작가가 된 김애란은 ‘어쩌다 글을 쓰게 됐냐’는 나의 질문에‘어릴 때 받았던 작은 상들이 모이다 보니 그게 탄력이 되었고  칭찬받는 것이 좋아서 글을 쓰게 됐다’는 평범한 대답으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주었다. 이러한 몇 가지의 계기를 통해 나는 글을 쓰려고 마음 먹게 된 것이다.


  물론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글로 먹고 살기는 더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가끔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아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있고, 나의 과거가 그린 미래가 어렴풋이 작가라는 직업에 향해 있었고, 무엇보다 여태까지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과 머리가 내게 글을 쓰라고 말하고 있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나는 이제 그 간절한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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