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안해
결혼 준비할 때가 너무 쉽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너무 고마웠고, 지금도 와이프에게 고맙지만 날 기다려준게 너무 감사했다. 결혼할 때는 스드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미리 준비하고 챙겨야 하는데 그걸 와이프 거의 혼자 다 했다. 와이프는 서울에 있었기에 주로 내가 지방에서 올라가야 했었지만, 결혼 전에 개발 납품 기일이 걸려있어 일정 때문에, 주말 까지도 거의 풀로 출근했다. 올라갈 수가 없었다.
"우린 너무 안맞는 거 같아. 나 너무 힘들어"
정말 힘들었다. 둘 다 너무 지쳐있었다. 최대의 위기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소득의 전부였던 나에게는 회사를 포기하면 결국 인생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었기에. 물론 인생의 동반자도 마찬가지였고, 어떻게 하면 해결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우린 결혼했다. 하지만 집을 구하지 않은 채 주말부부로. 연애때와 달라진 건 없었다. 결혼했다는 것만 빼고는. 그렇지만 장모님은 달랐다. 마음이 너무 허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애지중지 키우셨던 딸인데, 모르는 사내놈에게 잡혀갔다는 느낌이 아주 크셨을테니까...
그렇게 떨어진채로 우리의 결혼 생활은 시작되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나의 야근 생활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주말 출근이 당연했고 집-회사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그러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 되면 술을 마셨다.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그 당시엔 그거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와이프가 직장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우리는 급하게 아파트를 구하고 결혼한지 6개월만에 한집에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