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 아침, 아빠의 코드와 딸들의 웃음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보통은 아이들 깨우는 시간인 7시쯤에야 간신히 일어나는데, 오늘은 6시에 벌떡 일어나 버렸다. 잠깐 고민했다. ‘딸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코드를 좀 손봐볼까, 아니면 글을 쓸까?’ 결국 선택은 후자였다. 왜냐하면 오늘은 내가 마음먹은 “매일 쓰기”의 첫날이니까.

몇 달 전부터 종종 코드를 짜다가, 불현듯 생각에 잠기곤 했다.
‘아빠가 되고 나서 뭔가 달라진 게 있을까?’
기껏해야 잠이 부족해진 것 말고는 딱히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면 달라진 게 참 많았다. 내 일상의 우선순위부터 바뀌었고, 감정의 폭이 훨씬 커졌다. 이 작은 변화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코딩하는 작가 코작이’라는 이름으로. 나에게 코딩은 생업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끔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가만히 컴퓨터 앞에 앉아 코드를 짜면, 그것만큼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게 기분이 좋다. (물론 에러를 만나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반면, 내 두 딸은 절대로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더 소중하다.

오늘 아침은 특히나 잔잔했다. 최근, 둘째 딸이 토를 계속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편안하게 잤는지 옆에서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도 코딩으로 하루를 시작해야지”라는 생각 대신 “오늘은 이 순간을 먼저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코딩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디버깅(debugging)’**이다. 에러 메시지를 보고 원인을 찾고, 코드를 고치고, 다시 실행해 본다. 육아도 이와 비슷하구나 싶었다. 아이가 계속 보채면 왜 그런지 고민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또 다른 접근을 해본다. 어느 쪽도, 정답이 딱 떨어지지 않고 계속 시험과 시행착오의 반복이다.

하지만 육아엔 달콤한 보상이 있다. 에러만 해결되면 다시 진행되는 코드와는 달리, 아이는 한참 후에라도 깔깔대며 웃어주거나 “아빠, 좋아해” 한 마디로 모든 피로를 녹여주니까 말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아이들이 깨어날 시간이 되었다. 큰딸 방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곧 방문을 열고 뛰어올 것 같다. 그전에 나는 노트북을 접고 주방으로 가야 한다. 오늘 아침 메뉴는 낙지랑 잡채~! 맛있는 아침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오늘 하루도, 코딩처럼 시행착오가 있겠지. 그래도 결국은 잘 돌아갈 거야.”
이 마음 하나 붙들고, 두 딸이랑 새 아침을 맞이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설날, 부산으로 향하는 6시간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