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랑쥐 Jun 15. 2021

[아내의글]행운을 부르는 액자

꽤  흡족한 소비

intro

꽤  흡족한 소비



이거 사고 꽤나 만족스러웠던 것 있어?

사놓고 아직 자랑해보지 못한 물건.

혼자 만족스러워서 낄낄 거렸던 거 말이야.


아니면

남들한테 민망해서

사놓고 말하지 못한 거라도 좋아


이제 자랑 한번 해봐!

이런 특별한 경험 너도 있을걸?





행운을 부르는 액자


집 이사가 마무리되어갔다.

가전도 들어왔고, 가구도 들어왔다.

큼지막한 제품들이 들어오고 나니 꽤나 그럴싸한 집이 완성된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살 때는 돈이 성큼성큼 나가더니

나간 액수만큼 집안이 100% 만족스럽지도, 완벽해 보이지도 않았다.

이유는 뭘까?


'그래. 2% 부족한 인테리어는 조명과 액자로

피날레를 장식해보자.'

나는 홈웨어 사이트에서 소품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처음 남편에게 조명과 액자를 사겠다고 했을 때

"조명은 오케이, 그런데 액자는.. 글쎄..

 집도 작은데, 너무 복잡해 보이지 않을까?" 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사람아 진정한 인테리어를 모르고 하는 말일세~"라며

나는 얼른 핸드폰을 가져와 예쁘게 디자인된 집들의 예시를 보여주었다.

"이거 봐. 집에 이렇게 액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거야."

약간은 탐탁치 않았지만 열정이 넘쳐나는 나의 모습에 거절하지 못하고 남편은 이내 수긍하는 눈치였다.


나는 우리 집 거실에 어울릴 액자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큰 마음먹고 액자에 12만 원이라는 돈을 투자하여 하나 장만하였다.

그림 값이 3만 5천 원, 그림과 잘 어울릴만한

골드 액자 프레임이 8만 5천 원, 그리고 택배비는 공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의 액자를 구입했다.


사실 나는 2년 전부터 풍수지리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의도치 않은 홍보일 수 있지만 한참 색칠로 채워나가는 컬러링북이 유행하던 시기를 틈타

그림 그리는 책을 출간하고자 계획 중이었다.

그냥 그림만 보고 따라 그리거나 색칠만 하기에는 일반적인 책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행운을 부르는 풍수 그림이라는 컨셉으로 출간을 진행하다 보니 그때 자연스럽게 풍수지리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2021.6.15 우리집 거실풍경 / 오일파스텔 / 사진_우리집 소파 위



결국 나는 노오란 모란꽃 액자를 샀다.

그리고 그 액자를 거실에 걸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거실과 식탁의 중간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집이 조금 작다 보니 거실, 식탁 그리고 안방 문을

열고 있으면 침대에서도 모란꽃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일석 삼조의 효과를 가진 액자다.


모란꽃에 대한 풍수지리 이야기보따리를 잠시 풀어보자면

선조들은 모란이 흐드러지게 핀 병풍 앞에서 백년해로를 함께 할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그만큼 부부금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그림을

침대 머리맡에 두거나, 거실에 걸어두면 가족의 화목과 더불어 부귀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있는 그림이다.


의미가 있는 액자를 걸었을 때 마음의 온도는 정말 달랐다.

처음 집을 사서 들어오다 보니 특히나

집에 대한 애착도 컸다.

그래서 내 손길이 닿는 끝엔 언제나 우리에게 주는 따뜻한 사랑이 묻어있길 바랬다.

알고 있던 풍수지리에 대한 인테리어 팁으로

꽤나 흐뭇한 소비를 한 느낌이다.


이 액자를 걸고 난 뒤부터 난 이 집이 참 좋다

그야말로 '우! 리! 집'이 된 느낌이랄까

정말로 행운이 이 집에 차곡차곡 쌓일 것만 같다

남편의 표정을 보니 그도 내심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의 글]물티슈 뚜껑을 닫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