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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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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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버킷랩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한주한권에서 오십한번째로 함께 읽는 책입니다. 이로써 총 15,496페이지째 함께 읽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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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시즌 3에 나오시면서 더욱 유명해진 ‘김상욱’ 물리학 교수님이 쓰신 이 책은 매우 인문학적인 느낌의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목이 말하는 ‘떨림과 울림’은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와 전자의 진동을 의미합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이 진동운동을 하며 떨림을 보내면, 우리는 그 진동을 통해서 색을 인식하기도 하고,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책은 세상을 만물이 보내오는 진동의 떨림과 그 떨림을 받아들이는 울림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 특히 물리학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물리적 법칙을 보다 친숙하고 따듯한 언어들로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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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자가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요. 저자는 책의 말미에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과학의 가치가 어떤 과학적 발견이 갖고 있는 학문적·경제적 효용가치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법칙에 녹아있는 철학적 가치에도 의미가 있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책을 읽으며 이해가 어려워 몇번씩 다시 읽은 페이지들도 많았지만, 과학적 법칙이 삶에 대한 태도로써 해석될만한 지점들도 많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자가 부록에서 인용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의 문장처럼 ‘인간은 의미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인만큼, 각자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과학적 법칙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 경우에는 특히 저자가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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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냉정하게 검증되어야한다고 여겨지는 과학이 ‘불확실성’을 안고 간다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저자가 ‘환원과 창발’의 대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함께 생각해보면 ‘안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환원주의’란 [철학에서 복잡하고 높은 단계의 사상이나 개념을 하위 단계의 요소로 세분화하여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 를 뜻한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더욱 더 작은 단위로 쪼개어서 무언가를 이해하려하는 태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같은 위키백과에 따르면 ‘창발’이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간단히 말해보자면 작은 단위에 대한 파악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큰 단위에서만 확인되는 법칙이 있다는 것인데요.
[환원]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작은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창발]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에서는 나오지 않는 특징을 보기 위해서 큰 단위를 연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기본 입자를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이나, 원자나 전자등의 미시세계의 운동을 이해하는 양자역학이 [환원적 관점]라면 입자의 응집으로 이루어진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는 응집물리학이나, 거시세계의 물체의 운동을 이해하는 고전역학은 [창발적 관점]이라고 이해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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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환원적 관점]과 [창발적 관점]의 차이를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으로 이해하는 지점에서 과학하는 태도, 과학적으로 아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작은 단위인 원자가 모여 우리 몸의 적혈구 세포를 이루었을 때, 적혈구 세포는 원자 단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적혈구만의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때 적혈구를 구성하는 원자에 대한 이해는 잘못된 것이냐? 가 아니라 원자 수준에서는 원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 했듯이 적혈구 수준에서는 세포 수준에 대한 이해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대립으로 보는 시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뉴턴의 고전역학이 세상을 이루는 더 작은 단위인 전자와 원자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니 그럼 고전역학은 틀린 것이냐? 가 아니라, 거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이 필요하듯, 미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케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이 무언가 안다는 것은 일정 범위의 거리나 에너지 영역에서 잘 작동하는 생각이나 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뜻” 이라고 말하면서 ‘안다는 것’에는 언제나 스케일의 대한 기술이 생략되었음을 인지해야한다고 말입니다. 바꾸어말하면, 내가 아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것이 과학하는 태도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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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학하는 태도를 우리 삶에 적용해본다면 나에게는 상식인 것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조금 더 관대해지지 않을까요.
우주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동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과학하는 태도를 통해서, 원자 스케일로 이루어진 유물론적 세계를 인간 스케일의 의미론적 렌즈를 끼고 볼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