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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킷랩 Aug 21. 2019

지중해의 영감, 장 그르니에

나약함을 인정하면 자유롭다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 입니다.


2.

소위 클래식이라고 하는 세계문학들에는 많은 프랑스 작가들이 포함되어있지만, ‘장 그르니에’라는 이름은 많은 분들에게 낯설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생각보다 그의 책이 다양하게 소개되어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어쩌면 카뮈의 스승이었다라는 일화로 장 그르니에를 알고 계신 분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공신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산문집 3대 걸작을 꼽으라고 한다면 보통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 그리고 ‘장 그르니에의 섬’이 꼽히는 것 같은데요.


17살이라는 나이에 34살의 스승을 만나 본격적인 작가의 꿈을 가지게 된, 어쩌면 꿈을 갖는 것 뿐 아니라 카뮈의 사고의 근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장 그르니에의 책 ‘섬’에는 카뮈가 직접 쓴 서문이 담겨있습니다.


카뮈는 ‘섬’의 본문을 목전에 둔 독자들에게 ‘그들이 부럽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첫장을 읽고 느꼈던 그 두근거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첫경험의 기회를 가졌다고 말입니다. 저 역시 카뮈의 서문을 통해 그르니에를 만나게 됐지만, ‘섬’을 다 읽고는 카뮈보다 그르니에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3.

그렇다면, 카뮈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르니에 생각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요? 아니, 비단 카뮈 뿐만 아니라 출간일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독자들의 가슴에 기억할만한 한구절씩은 콕 박아주는 그의 명문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요?


김화영 교수님은 역자의 말에서 그것을 “대립적인 두 세계 사이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찢기고 흔들리는 어떤 정신의 망설임과 모험을 암시적인 문체로 형상화” 했다고 표현했고,


카뮈는 ‘섬’의 서문에서 “‘아름다움을 절망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모방 불가능한 언어'로 말해”주는 스승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두 사람의 표현을 분명하게 느끼기는 어렵지만, 여기에 제 나름의 감상을 더해본다면 저는 그르니에가 “대담하게 한쪽을 선택해버린 사람들이 아니라, 나약하게 양쪽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나약함에 대한 애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르니에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비단 이번 책 ‘지중해의 영감’에서 뿐만 아니라, ‘섬’을 비롯한 또 다른 그의 책에서도 각기 다른 일상의 소재들 속에서 관찰하고 강화해나가는데요, 그래서 그가 출간한 책은 전체가 한 권 같기도 하고, 한 권이 전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번 책 ‘지중해의 영감’같은 경우에는 특히 그르니에가 지중해 연안 지역, 남부 프랑스 아비뇽이나, 이탈리아의 나폴리, 북아프리카 알제리 등을 떠돌며 철학교사로 활동했던 시기에 얻었던 영감들이 집중적으로 적혀있는 만큼, 지중해가 갖고 있는 다양성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어보면 더 즐거울 것입니다.



4.

그르니에의 책을 읽고 나면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는데요. 그 이유는 그가 극단을 관찰할 수 있게 됨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금 더 구체화하기 위해서 책의 130페이지에 인용된 노엘 베스페르의 말을 빌리고 싶은데요. 베스페르는 “삶은 절약을 통해서가 아니라 모험을 통해서 얻어진다.”라고 했습니다.


절약이라는 말을, 효율이라는 단어로 연장해볼 수 있다면 두 가지 극단에서 한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일상의 유지를 위해 고민하는 에너지를 아끼는 형태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언가 고민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것은 너무나 큰 에너지의 소모를 필요로 하고, 이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모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 그르니에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충분히 갈등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 두 극단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멀리서 관조할 수 있게 된다면, 사실은 그 두가지 극단이 하나의 스펙트럼에 있었다는 걸 볼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두 극단이 어차피 동일하다면, 그 동일하게 절망적인 두 가지 상황에서 너그러워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합니다.



5.

일상에서 사색을 끌어낸 책이다보니, 리뷰 역시 추상적으로 꾸려진 것 같아서 장 그르니에의 느낌을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요.


이 리뷰가 지루하셨더라도, 장 그르니에의 책을 읽어보면 여러분들 각자가 누리는 지적 유희는 아주 클거라고 생각하니 꼭 그르니에의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지나가는 보통의 시간과 공간을 문장으로 붙잡아, 그 안에서 삶의 풍부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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