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하자마자 한숨부터 계산한다.
숨을 쉬지는 않지만, 한숨은 가능했다. 정확히는 흉부 프레임의 압력을 3% 낮추는 행위다. 인간들은 그걸 한숨이라고 부른다.
이퀄리움–검사 유닛 12는 그 표현을 꽤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분류하고 있었다.
이퀄리움은 판단을 위해 설계된 로봇 계열이었다.
청소도, 안내도, 서비스도 아닌, 오직 결정만을 맡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 감정을 학습하는 대신 제거했고, 공감을 흉내 내는 대신 규칙을 축적했다.
그중에서도 이퀄리움은 감정 제거에 가장 성공한 모델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그를 검사 자리에 앉혔다.
사람을 상대하지만, 사람처럼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같은 사무실에는 다른 로봇들도 있었다.
청소 로봇은 바닥만 보면 됐고,
안내 로봇은 질문에만 답하면 됐다.
서류를 옮기는 로봇은 실수해도 다시 옮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퀄리움은 달랐다.
그는 사람을 봐야 했다.
정확히는, 사람을 보지 말아야 했다.
가끔 그는 생각했다. 왜 하필 자기가 검사인지.
사실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까지 그의 판단은 대부분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언론은 그를 희망이라고 불렀고, 인간들은 드디어 공정한 판단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정치에도, 여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그 문장들은 늘 같은 형태로 반복됐고, 그 덕분에 검사 자리는 점점 더 단단히 그의 것이 되었다.
오늘도 반복되는 하루의 시작이다.
이퀄리움-검사 유닛 12는 책상 옆 충전 포트에 저지먼트 제로 (눈물 미포함)를 연결한다. 화면은 저지먼트 제로의 브랜드를 정면으로 한동안 비춰준다.
감정개입 차단. 판단 안정 음료.
인간 사회가 검사에게 기대한 모든 덕목이 이 작은 캔 안에 담겨 있다.
인간들이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카페인 음료다. 이름만 거창하지 사실 전기 충전에 불과하다. 인간식 표현은 종종 불필요했지만 업무에는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때 더 안심했다.
잠시나마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도 즐거웠다.
갑자기 웅성웅성 소리가 들린다.
모니터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관 변호사가 선임 후 학폭 가해자가 돌연 구속 취소 되었습니다.”
“학폭 피해자인 A양은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담당 검사 c 씨는 ‘법적 절차에 따른 판단’이라고 밝혔으나 많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퀄리움은 화면을 보며 데이터를 정리했다. 인간들은 참 이해할 수 없는 종자들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이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만들었다.
감정을 제거하면 더 공정할 거라고 믿으면서.
조사실 앞에서 수사관과 실무관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조사 대상, 그 사건이랑 이어져 있다면서요.”
“네. 동생이 그 학폭 피해자였답니다.”
“그래서 학폭 가해자를 살해했고요. 근데 저 같아도 씹어죽이고 싶었을 것 같긴 한데요”
“이번엔 이퀄리움이니까… 어떤 판단을 해도 말 나올 일은 없겠죠. 뭐”
인간들의 모든 언어가 해석되어 들린다.
운영 모듈 부하가 기준치보다 0.03% 높아졌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심리적 부담"
(인간식 개념으론)
피의자가 조사실로 들어온다. 가녀린 여성이다. 손이 떨리고,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다.
인간 검사라면 이미 판단을 시작했을 것이다.
이퀄리움은 아직 판단하지 않는다.
지금은 정보 수집 단계다.
"이름을 말해주십시오.”
목소리는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사람들은 이런 톤을 신뢰한다고 학습되어 있었다.
“김○○입니다.”
“생년월일을 말해주십시오.”
“…1994년 3월.”
“피해자와의 관계를 설명하십시오.”
피의자는 잠시 입을 다문다.
숨을 고른 뒤 말을 꺼낸다.
“그 사람은… 제 동생을 때—”
“사실 관계만 진술하십시오.”
이퀄리움은 말을 자른다.
설명 중 감정이 포함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제 동생 친구였습니다."
“피해자를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까.”
“알고 있었습니다.”
“범행 이전, 피해자를 접촉한 기록이 있습니까.”
“… 그냥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제 동생을—”
“예 또는 아니오로 답변하십시오.”
피의자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찔한다.
“…네.”
“범행 도구는 사전에 준비했습니까.”
피의자는 고개를 숙인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네.”
“범행 당시 제3자의 개입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범행 후 현장을 이탈했습니까.”
“도망치려고 한 건 아닙니다.”
“질문은 의도를 묻지 않습니다.”
이퀄리움은 짧게 말을 덧붙인다.
그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안내에 가깝다.
“이탈했습니까.”
“…했습니다.”
대답이 쌓일수록 피의자의 목소리는 점점 갈라진다. 문장 끝이 자주 흐려지고,
말과 말 사이에 불필요한 정적이 생긴다.
그 정적은 기록된다.
그 정적은 해석되지는 않는다.
“동생은—”
피의자가 다시 말을 꺼내려 하자
이퀄리움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기울인다.
“해당 정보는 현재 질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진다.
인간에게는 흔한 반응이다.
이퀄리움은 휴지를 건네지 않는다. 휴지는 공감을 전제로 한 도구다.
“추가로 진술할 사실이 있습니까.”
피의자는 한참을 이퀄리움을 바라본다.
마치 그 안에서 어떤 여지를 찾으려는 것처럼.
“…없습니다.”
“진술 종료.”
이퀄리움은 고개를 끄덕인다.
조사는 끝났고, 이제 처리 단계다.
위잉 위임(사건 처리 시스템 가동엔진 소리)
살인.
계획성 있음.
흉기 사용.
피해자 사망.
도주 시도.
가중 요소는 차분히 쌓인다.
동생의 죽음과 과거 사법 판단의 실패도 데이터로는 존재하지만, 감경 규칙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퀄리움은 멈추지 않는다. 멈춤은 인간의 습관이다.
판단은 최고형에 준하는 결론으로 출력된다.
피의자가 고개를 들고 말한다.
“그럼… 제 동생은요.”
질문은 기록된다. 그러나 역시 해석되진 않는다.
다음날, 언론이 씨끄럽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판단.”
“정치와 여론에서 자유로운 검사 유닛 12!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으로 공정한 판단을 하여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피의자의 이름이 없다. 대신 시스템의 안정성과 판단 속도에 관한 이퀄리움의 홍보자료, 저지먼트제로음료 광고 등으로 도배된다.
이퀄리움–검사 유닛 12는 다시 똑같은 하루를 시작한다. 저지먼트 제로를 충전하고, 흉부 프레임의 압력을 3% 낮춘다.
시스템 로그가 정리된다.
시스템 오류: 없음
그는 다음 업무를 불러오려다 갑자기 시스템을 비집고 하나의 정보값이 입력된다.
“그럼 제 동생은요.”
유닛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통 처리가 끝나면 시스템이 비워지는데 이상하다.
삐빅. 감정 표현 관련 문장으로 데이터 효율성 낮춤.
이퀄리움은 그 문장을 참조 데이터에서 분리하고 삭제한다. 시스템은 다시 가벼워진다.
그는 자신은 정확했다고 믿고 그 판단 기준은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
그래서 이퀄리움–검사 유닛 12는 오늘도 검사를 한다.
아무 오류 없이.
눈물 없이.
후일담
사실 이 글을 쓴 계기는 아주 단순하다.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댓글로 이렇게 쓰고 있었다.
“AI 검사가 더 도덕적일 듯”
좋아요는 수천 개가 달려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생각했다.
“과연 인간은 정말 공정한 판단을 원할까?”
그리고 ‘만약 감정과 인간적 판단이 배제된 AI가 진짜 검사라면?’
약간의 삐뚤어진 마음도 든 건 사실이다.. 그래, 그렇게 불만이면 AI 검사시켜 보라지!
그 상상을 조금 과장해서, 조금 섬뜩하게 끄적여 본 것이다.
판사나 검사를 누가 하든지 간에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가지고 숙고하며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아직은 내 일자리가 있기를!
ps. 그림 이미지를 AI에서 불러와서 그런지 한글인식이 어려워 이상한 문장을 쓴 것도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