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 Jun 11. 2022

볼로냐에서 쓰는 편지

이탈리아 여행 중..

1.​


S에게,


이 엽서는 이탈리아 북동쪽의 작은 도시, 리미니(Rimini)라는 곳에서 구입한 거야.


알지? 엽서만 보면 여행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네가 바로 떠오르는 거.


지금  볼로냐(Bologna) 도착해 볕이  드는 카페를 찾아서 들어왔어. 가장 쨍하게 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펜을 든다. 아침 일찍 기차 타고 왔는데 일교차가 조금 있어서 살짝 추웠거든.


원래 가고 싶은 카페가 있었는데 문을 닫았더라.


일리(Illy) 커피 알아? 일리의 수제자가 운영하는 ‘떼르치’ 라는 바리스타의 이름을 딴 카페인데 아침부터 커피 맛이 어떨지 기대만발이었는데..


결국 아쉬운 대로 근처 카페를 찾았는데 다행히도 커피 맛이 좋다.


볼로냐는 우리가 잘 아는 볼로네제 파스타로 유명한 곳이야. 볼로네제, 볼로냐. 어때, 연상이 되지?


그리고 ‘붉은 지붕의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고, 아동 도서의 노벨상인 ‘볼로냐 라가치’의 본고장이기도 해. 도착하자마자 이곳이 왜 붉은 도시인지, 문학의 도시인지 단번에 알겠더라.


도시 곳곳에 풍기는 분위기가 쉬크하고, 흡입력 있어. 유럽의 도시들은 어쩜 하나 같이 이렇게 매력이 가득하지? 괜히 유럽 문학, 유럽 문학하는 게 아니야. 내가 이탈리아에서, 아니 프랑스에서 태어났다면, 아니면 반 고흐와 동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가끔 상상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왠지 대작가가 된 기분이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

이 엽서를 다 쓰면 빨간 우체통에 집어넣는 것이 오늘의 내게 주어진 작은 목표(?)인데 지금이 부활절 기간이라 엽서 사는 곳을 발견하지 못하면 부다페스트로 돌아가 부칠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는 도시마다 각기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 한 군데도 빠짐없이 다 가보고 싶어. 3년 전에 엄마랑 베로나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베로나행 기차 안에서 본 바다 전경이 충격적이었거든? 여기서의 충격은 좋은 의미의 임팩트. 공간에서 후광이 비쳤달까? 자동으로 눈이 휘둥그레 번쩍이더라. 엄마, 엄마 부르고 난리였다니까. 거길 지날 때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구글맵에 점을 찍었는데 거긴 지금까지도 못 가봤네. 여전히 생생해. 그 찰나의 순간이 말이야.


이탈리아에  때마다 제일 인상 깊은  사람들이야. 여기 사람들은 정열적이고 화끈한  같아. 하나 같이 목소리도 매우 크고, 특히나 여자들 고집이 장난이 아냐. 나한테  걸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랬어. 근데  거침없는 모습이   좋다? 특유의 당당함. 거침없는 말투와 뉘앙스, 무심한  정다운. , 언젠가 상세히 묘사해볼게. 상당히 뇌리에 남아있거든.​​


그런 의미로 이 엽서를 보자마자 특유의 이탈리아 여인들이 떠올랐고 우리 또한 이 여인의 모습처럼 ‘당찬 여자’로 계속해서 살아가자, 란 말을 뱉고 싶은 마음에 슝-하고 몇 자 남겨본다.

​​

지금  편지글을 쓰는 여유와 봄기운이  좋다.



난 그럼 이만, 다시 걸어볼게.

오늘 점심은 볼로네제닷!

​​​


To you,

From Bologna.



2022.4.17일.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에서] 좋은 책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