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음식 기록의 중요성
기억에서 기록으로, 음식 잇다
오늘날 한국 종가의 화두는 단연 변화다. 우리나라 종가는 수백 년, 수십 대를 거쳐 이어오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종가의 공간적 배경인 농촌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고령화와 젊은 사람들의 부재(不在)로 종가문화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럽게 제사에 참여하는 제관 수가 줄었다. 이 때문에 제관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날과 시간으로 제삿날을 옮기는 경우도 생겼다. 또한 제례음식 종류를 줄이거나 외부 조리 대행업체에 맡기고 제사 후 음복을 생략하는 등 가문 안과 밖의 환경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러나 반대로 기록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434 종가가 밀집돼 있는 경상북도에서는 옛날 종가음식을 기록한 고 조리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백 년 전, 당시 가문 음식 조리법을 조리서로 기록한 종부들은 종가음식을 후손들이 대대로 이어나가길 원했을 것이다. 안동 장씨 부인은 “음식디미방” 마지막 장에 후손들이 이 책을 잘 간수해서 오래도록 전하라는 당부를 남겼다. 가문의 음식 조리법을 대대로 지켜 내려가고 싶은 의지가 담긴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몇 세기가 지난 오늘날, 현대 종가의 음식 조리법을 기록한 서적은 전해지지 않는다. 일부 비교적 젊은 종부들이 개인적으로 조리법을 적어두는 경우가 있으나 대대로 전수하기 위해 책으로 만드는 경우는 없다. 종가음식 전수는 현세대의 종부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게 배운 기억과 스스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 종부인 며느리에게 구전으로 알려주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구전 방식은 식재료의 양, 조리 방법과 순서가 대대로 내려오면서 음식 만드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고, 결국 맛과 형태가 변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종가음식의 명맥을 잇는 다수 종부들은 고령으로 조리법, 식재료, 음식에 담긴 중요한 이야기는 그들 세대가 지나면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들이 기억하는 음식 원형과 조리법을 발굴해서 기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시급하다. 또한 종가음식을 현대적 조리 기술로 새롭게 해석해서 종가음식문화의 고부가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종가는 단순히 역사가 오래된 집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키고 공유하는 한국 전통의 고유한 문화유산으로써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