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6일(화),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2018 종가포럼이 <종가의 일상 세상 속으로 나오다>를 주제로 개최됐다. 경상북도에서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종가포럼은 올해 11회를 맞이했다. 대구, 경북 종손 모임인 영종회, 종부 모임인 경부회, 전남종가회 그리고 문중, 지역 유림 단체 등 많은 분들이 모였다. 이번 종가포럼은 경북 종가와 전남 종가 모임이 함께 MOU를 체결하는 행사를 갖기로 해 "영호남의 만남"이 기대되는 행사였다.
이 날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명문 종가 종손의 만남은 모든 이를 주목하게 했다. 이야기는 호남 제일 의병장인 제봉 고경명 장군으로부터 시작된다.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신의주로 도피하자 광주에서 고경명 장군이 의병을 일으킬 때 여섯 아들 중 첫째 고종후(준봉)와 둘째 고인후(학봉)가 함께 나섰다. 왜적에 맞선 금산전투에서 고경명 장군과 둘째 고인후는 순절했고, 피눈문을 흘리며 퇴각한 첫째 고종후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지만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전사했다. 셋째 고준후는 어려서 몸이 약해 세상을 떠났고, 다섯째 고유후는 아버지와 형의 죽음에 비통해하며 가슴을 치다 죽었다. 여섯째 고용후는 아직 어려서 남은 넷째 고순후는 동생과 80여 명에 이르는 식솔을 이끌고 어머니의 고향인 안동 임청각으로 피난을 떠났다. 하지만 당시 임청각은 명나라 군대 지휘부가 주둔하고 있었다. 오갈 데 없던 제봉의 아들과 식솔을 거둔 인물이 바로 학봉 김성일과 예안 이씨 등 안동 명문가였다. 학봉 김성일은 퇴계 이황의 제자로 임진왜란 때 초유사, 경상우도 관찰사로서 관군과 의병을 총 지위해서 진주대첩을 이끈 인물이다. 고순후는 학봉 김성일의 배려로 가족을 보살필 수 있었다. 왜적이 철수하자 고향 광주로 돌아와 1606년 대과에 급제해 안동부사로 부임했다. 부임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학봉가 어른들을 부모님처럼 모시는 것이었다(출처: 곽병찬/한겨레).
이 일화로부터 400여 년이 흘러 두 가문의 종손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조상들의 옛이야기를 알고 서로 도움을 준 일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담양 학봉가 고영준 종손은 김종길 종손을 11년 전에 안동을 찾아가 인사하고 작년 호텔 프로모션에서 종손과 종부 두 내외가 만났고, 올해 공식적으로 또 만나 기쁘다고 했다. 지난날 조상들의 연으로 맺어진 두 종손의 만남이 영호남 종가 화합을 갖기 위한 종가포럼의 취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경북 안동시 의성 김씨 학봉 김성일 종가의 김종길 종손(좌)과 전남 담양군 장흥 고씨 학봉 고인후 종가의 고영준 종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