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자체가 휴식이 되는 사람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산책했던 나의 시간 속에 한 사람이 있었다. 여전히 바람은 차갑고, 쌀쌀했지만 마음은 따뜻한 봄이다.
17살, 여고 시절 알게 된 교생 선생님.
내 기억 속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일본어 수업을 쉽게 풀어주던 모습이 남아 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수줍은 여대생으로 돌아가던 그녀.
잦은 만남은 아니었으나 그분과의 만남이 내게는 추억이었고,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전지대였다.
성인이 된 이후 각자의 삶을 사느라 자주 만나지 못해서일까? 선생님은 여전히 풋풋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선생님과 만나는 순간은 늘 그때 그 시절의 여고생 소녀가 된다. 그리고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서로의 나이를 언급할 때면 숫자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씁쓸함을 넘어서 그저 웃게 만든다.
고향에서 알게 된 인연이 타지에 와서까지 이어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나에게 선생님은 그때도 지금도 만남 자체가 늘 휴식이자 위로이다. 어린 시절에는 멋진 여대생을 동경하는 여고생의 마음으로, 지금은 우아하고, 곱게 나이 드는 인생선배의 모습으로 그렇게 내 곁에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책을 가까이하고, 배움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나를 다시 찾고, 다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만남 자체가 휴식이고, 나의 마음을 숨 쉬게 해주는 언니이자 인생선배인 선생님께 언젠가 나도 나무 그늘 같은 존재이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