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래.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렇게 우울에 잠긴 것이.
저는 우울이라는 바다에서 표류 중입니다.
저는 우울이 물, 특히 바다와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도,
그리고 ‘우울’이라는 단어에
'잠긴다', '가라앉는다'라는 동사가 붙는다는 사실도.
그래서 저는 저의 우울을 바다로 비유해
글을 적어 내려가려 합니다.
사실 그 시작이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는 꽤 오래 잠겨있었고,
또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리고 어쩌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바다에 표류중일수도 있습니다.
설령 언젠가 제가 바다를 벗어나 뭍에 선다 해도,
언제 다시 쓰나미가 몰려와 저를 덮칠지 모릅니다.
그러니 저는 바다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단순히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배워야 합니다.
저는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때로는 바다 표면 위로 떠오르기도 하고,
파도에 떠밀려 잠시 뭍에 닿기도 하지만
여전히 때로는 거친 파도에 흔들리고,
바다에 잠겨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저 깊은 심해까지 가라앉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써 내려갈 글이
비록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나
우울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글은 아니지만,
저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저의 글이
'내가 너무 유난인가'하는 마음보다는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하는 안도감이 들 수 있는 글이길,
또한, 우울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궁금증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저 역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조금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의 우울이란 바다'
그곳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