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은 아니니까,
만약 우리가 바다에 둥둥 떠 표류를
한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분명 처음보다는 나아졌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은 익숙해졌을 수도 있고
처음만큼 겁에 질리지도, 두렵지도 않을 것이다.
어느새 차가웠던 바다의 온도에 적응했을 수도 있고,
울렁이는 파도에도 조금은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더 이상 바다가 무섭지 않은 것도 아니고,
더 이상 바다가 차갑지 않은 것도 아니며,
더 이상 거센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파도에 깊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울을 겪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더 이상 우울이 무섭지 않은 것이 아니고,
더 이상 우울과 상처가 아프지 않은 것도 아니며,
더 이상 우울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가라앉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조금은 익숙해졌고,
처음보다는 조금 무뎌졌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언제 삼킬지 모르는 우울이 두렵고,
쉽게 가라앉는 내가 버겁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 그리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