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간을 파는 상점2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아이들의 책을 읽을 땐 복잡한 내 마음을 다잡아 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번 읽었던 1권에 이어 이번 책도 그랬다. 아이들이 좀 더 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충분히 힐링이 되었던 독서 시간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 좋은 사업 아이템이겠다 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도, 이미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의시간을 누군가에게 제공하여 그 대가를 주고 받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여러 다른 생각들을 떠 올려 보게 된다.
* 내가 반한 글귀들
어느 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누구도 주동자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누구나 주동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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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디의 말보다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침묵이 훨씬 설득력이 클 때가 있다. 침묵은 상대로 하여금 헤아리게 하니까.(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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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앞에서 누구나 비겁자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비겁자가 되는 건 아니다.(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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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차별이 나쁘다고 가르치면서 그들의 세계에는 차별을 위한 단계를 촘촘하고 단단하게 포진시켜 놓았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된 계단이 있다. 그 계단도 결국 인간이 만든 것일 텐데.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만든 사람도 차별은 싫어할 텐데, 차별하여 구분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인간의 역사는 차별에 대한 항거로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생겨나는 모순을 밟아 왔다. 그 모순의 반복이 결국 인간의 역사가 되는 것일까.(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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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지 마세요. 잘못한 것 없잖아요. 저희도 잘못한 거라고 생각 안 해요. 옳지 않은 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게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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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고 흔들리고 실험해 보려는 온조의 저 유연성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시간을 파는 상점을 시작한 것도 시간은 돈이다 라는 말을 실험해 보고 싶은 거라고 했다. 주어진 명제를 의심하는 것, 말이나 개념을 현실화 시켜 보는 것.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온조의 비범함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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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해야 한다. ...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람이 고칠 수 있는 것이다.(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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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일에 열심인 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는 거네. 어떻게 보면 각자의 명분을 만들어 시간을 내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그렇잖아/ 그러니까 시간을 내고 안 내고는 마음에 달려 있는 거란 얘기지/ 오올~, 그러니까,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 마음이 없다는 말고 같은 거네.(1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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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학창 시절이 뭔가를 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라고만 생각했다. 통과의례처럼 지나야 하는 시간, 그 자체로 충만감 같은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할머니 말을 듣고 보니 매 순간 우린 완성된 시간을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지나가는 시간이 아니라 매 순간이 완성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만 지나면, 이 시간만 지나면... 하며 버틴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지내 왔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시간은 절대 되돌아오지 않으니까.(125, 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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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차이는 그거 아닐까. 궁금증. 호기심 말이야. 그걸 찾아 계속 움직이는 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그게 없으면 아무 재미도 없는 거니까. 우리가 아직 살아 보지 않은 날이 궁금한 것처럼 말이야/ 살아 보지 않은 날을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 거 같니? 세상을 알기도 전에 절망과 패배를 먼저 배우는데, 미래도 뭐 다를 게 있냐고 규정짓는 게 이렇게 많은데/ 그러니까 살아가는 게 아니지. 그냥 살아 있는 거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찾아봐야 되는 게 아닐까?(127,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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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험을 막지 말아 주세요. 단지 먼저 살아 봤다는 것으로 모든 힘듦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지 마세요.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있어요. 그로 인해 더 높이 더 멀리 뛸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경험의 범위를 자꾸만 재단하려고 하지 마세요. 우린 더 높이 날 수 있는 자유를 꿈꿔요. 슬픔도 아픔도 실패도 없이 어떻게 성숙이 오나요. 아프게 치른 만큼 되돌려주는 것도 그것에 상응하는 선물이 아닐까요? 꽃길만 걷자라고 하는데, 어떻게 삶이 꽃길만 있을 수 있나요. 우리의 경험을 막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다만 내가 부르는 노래 속에 나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뿐이에요(128, 1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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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힘을 잘 못 쓰면 사람이 얼마나 일그러지는지. 질투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에너지가 있거든. 그렇게 나쁘게 쓴 에너지는 결국 자신을 향한 칼날과 같아.(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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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 어떻게 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얼마나 사랑하느냐,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인생이 행과 불행으로 갈리는 건 그 차이에서 오는 거라고 당신이 내게 해 준 말 기억 안 나요?(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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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어떤 때는 구원이기도 하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니까. ... 같은 재봉틀 고리였지만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생각하는 것은 달랐다. 같은 말이라도 해석이 다른 거처럼,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 살아간다는 건 그 속에서 줄타기하듯 균형을 잘 잡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 거리를 잘 유지하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도록 늘 의심해 보는 것. (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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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 게 있고 궁금한 게 있으면 삶의 의지가 있는 거라고 했다.(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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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남이 잘 하는 것에 박수쳐 주고 인정해 줄 수 있는 것, 그러면서 나도 잘 하기 위해 애쓰는 것.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1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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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고로 인해 무조건적인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생겼고 막대한 돈과 무력으로 밀어붙이던 개발쪽도 몸을 사리는 것 같았다. ... 돈으로 막을 수 있을 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거라고 했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아무리 많은 대가를 지불해도 복구되지 않는 게 더 무섭다고 했다.(1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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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쉽게 친구가 되는 법은 나도 너와 같다, 라는 것을 발견할 때야. 쟤는 나와 다르네가 아니라 쟤도 나와 같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네를 보는 것. 그 사람의 거짓 없음과 진솔함을 봤을 때 훅 다가서기도 다가오기도 하는 거거든.(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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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해에 두꺼비가 한 마리도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야. 이대로는 아니라고 누구나 생각은 하고 있잖아. 브레이크가 필요한 건 너도나도 다 알고 있는데 아무도 행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어. ... 호수에 돌이라도 던져 파문이라도 일으킬 정도의 몸부림일지라도 아닌 건 아닌거라고 말하는 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어. 여기에 이런 존재가 있었다는 자각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한다면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아야 된다고 봐.(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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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의 행동이 앞으로 많은 파급력을 낳을거야. 세상은 그렇게 더 좋아지기도 더 나빠지기도 하는 것 같아. 나빠지는 속도는 무척 빠른데 한번 나빠진 것을 되돌리는 것은 더디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래. 그런 세상에 점을 찍는 일이 될지라도 누군가는 해야 나빠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겠어? 어른들이 부끄럽다는생각을 하게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큰일을 한 거야. 더군다나 너희들은 사람을 봤잖아.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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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우연과 선택과 시간이 겹쳐 우리가 여기에 이르러 손을 잡고 있듯이,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2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