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by 버드나무

캐나다에 워킹 홀리데이를 갔고 지금은 남미 곳곳을 여행 중인 후배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봤더니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졌다. 사진을 정말 잘 찍는 친구인데, 이 친구의 사진은 특히 그것을 실물로 보고 싶다는 욕구를 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다른 후배가 유럽여행한 사진이 매일 올라왔고, 어떤 지인은 독일을, 또 다른 지인은 일본을 여행하고 있다. 인도를 여행하고 있는 어떤 분은 당장이라도 표를 끊고 싶어지게 하는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페이스북을 지우자 남는 시간엔 브런치 작가들의 글과 사진을 둘러본다. 페이스북보다 덜 즉각적이고, 덜 논쟁적이고, 더 정제돼 있어서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아 좋다. 개중에는 여행 포스팅도 많다. 어떻게 다들 사진을 이렇게 잘 찍는 건지, 참.


전혀 달갑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싫은 것도 아닌, 다만 귀찮고 감정을 숨겨야 해서 피곤한 설날이 코앞이다. 맘같아선 이번 설날엔 그냥 집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싶지만, 평소에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믿어주지. 설이 지나면 정말로 토익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더 물러날 곳도 없다. 지금 토익을 못 따면 상반기 공채도 그냥 흘려보내게 된다. 애써 준비해놓고 토익이 없어 지원하지 못하면 그처럼 우스운 꼬라지도 없겠다. 하지만 딱히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충만한 것도 아니다. 내가 왜 이 직업을 하고 싶어 하지? 잘 모르겠다. 환상 같은 건 깨진 지 오래다. 환상이 현실이 되려면 기자가 될 게 아니라 운동가가 돼야 한다는 걸 안다.


그냥 또, 고민이 드는 시기다. 떠나고 싶은 마음과 취준생 주제에 어딜 떠나냐는 마음이 갈등하고, 또 실은 여기에 남아 있는다고 해서 엄청 열심히 공부할 것 아닌 걸 안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어쩌면 지금 가장 짜증스러운 건, 내가 기자 되기를 관둔다고 했을 때, 될 자신이 없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 기자가 되고, 그 다음에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멍청하게 시간만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