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초행길

by 버드나무

내 나이가 올해로 스물여덟인데 지금까지 외국을 나가본 적이 없다. 내 계층, 내 세대에서 해외여행은 그리 낯선 일은 아닐 텐데도 여태 한 번을 못 나갔다. 그래서 비행기도 딱 한 번 타봤다. 고등학교 2학년, 제주도로 수학여행 갈 때. 당연히 학교에서 이런저런 수속을 다 밟아줬고, 나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타기만 하면 됐다. 그래도 국내여행은 여러 번 다녔다. 하지만 4박5일 이상으로 다녀온 적은 없는 것 같다. 말하자면 길게,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적이 없다. 내 나이가 올해로 스물여덟인데.


더 늦기 전에 길게, 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갔다 와야지 싶었다. 유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했고 "이번 방학에 반드시 간다"는 공허한 공언도 곧잘 해왔지만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한 건 취업 준비를 본격화하면서다. 취업하고 나면 긴 외국여행은 퇴사 전까지는 꿈으로만 간직해야 할 테니. 그래서 결심했다. 간다, 가고 만다, 유럽. 마침 애인도 유럽에 가고 싶어 했고 휴학 중이니 둘이 함께 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디를 가지? 비행기 티켓은 어떻게 구하지? 여권은 어떻게 만드는 거지? 숙소는 어떻게 잡는 거지? 환전은 언제 하면 되는 거지?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할 땐 뭐, 택시라도 타야 하나? 영화 보니까 막 그러던데. 비행기는 신발 벗고 타나? 거의 모든 것이 낯설었으니 대혼란. 그래서 약간 던지는 심정으로 페이스북에 "여행을 갑니다. 뭐부터 해야 할까요?"하고 글을 올려봤다. 놀랍게도 댓글이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아주 친절하게 무엇부터 해야 하며 그 다음엔 뭘 해야 하며 이때 주의해야 할 건 이거이며 하는 댓글들. 내가 뭐 상담비를 드린다거나 뭐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잘 준비하고 있다. 비행기 표도 적당한 가격에 직항으로 구했고, 숙소도 무리 없이 모두 예약했다. 환전도 적당한 때에 미리 했고, 여권도 잘 만들었다. 이제 다음 달 중순 출국날이 다가오면 짐을 싸서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된다. 조건 없는 호의들 덕분이다. 그 호의가 정말 감동적이라서,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호의를 나누는 것으로 보답하려고 한다. 나처럼 길게, 외국으로, 비행기 타고 여행하는 것이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여행기랄까. 나름대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지식들을 나눠드리겠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해놓고 얼마나 성실하게 쓸지는 아직 모르지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리하여 초행길,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