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정하기부터 항공권 끊기까지
짧은 국내여행이면 모를까, 긴 해외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결심이다. 어떻게 결심할 것인가. 여행을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결심이 섰을 때 기회비용을 마구 만들어내는 거다. 같이 갈 사람을 정하고, 환불 불가능한 항공권을 끊어버리는 작업이 바로 그렇다. 관계와 돈을 기회비용으로 걸어버리면 결심은 어지간해선 흔들리지 않는다.
여행 파트너를 정해야 한다. 나는 애인과 가기로 했으니 비교적 수월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물론 혼자 여행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겠다. 하지만 나 같은 의지박약과 소심러들은 누군가와 같이 가야 끝까지 여행을 잘 해낼 수 있다. 소심러와 소심러가 만나면 더블소심러가 될 것 같지만, 소심러들의 메커니즘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억지로라도 참고 해내게 된다. 상대 소심러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므로 결론은 둘다 잘 참고 해내게 되는 것. 이것이 소심러들이 사는 세상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여행 파트너는 중요하다. 예컨대 도시를 선호하느냐 자연을 선호하느냐, 어떤 나라를 가장 가고 싶어하느냐, 소비 패턴이 비슷하느냐, 식습관은 어떤가, 같은 것들이 맞지 않으면 함께 여행하기 어렵기 때문. 그래서 어디를 갈지 정하기에 앞서 누구랑 갈지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같이 가기 좋은 사람'과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 다르고, 대개는 후자의 이유로 파트너를 정한다. 그렇다면 역시 타협과 조정의 기술이 필요하다. 적당히 양보해가면서, 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은 양해 받으면서, 그렇게 계획을 짜면 된다. 그 자체가 여행 준비의 재미니까.
어디를 갈지 정해야 한다. 파트너와 논의해서 정하자. 항공권을 사기 전에 경로를 짜야 하는데, 어느 공항으로 들어갈지, 또 어느 공항으로 나올지가 경로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한 도시에 최소 2박3일은 있는 게 좋다고 한다. 도시간 이동시간이 적게는 3-4시간에서 많게는 8-10시간 가량 걸려서, 이동하는 날은 몸이 피곤해 제대로 여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서 경로를 짜자. 일반적으로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코스를 짠다. 즉 2주 코스의 경우 도시 기준 6군데 정도, 한 달 코스의 경우 10군데 정도.
자, 이제 경로를 정했으면,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중요한 것, 항공권을 끊는 작업을 해야 한다. 스카이스캐너(skyscanner)라는 사이트를 추천한다. 여러 항공사들의 항공권을 한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가격과 시간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때 주로 살펴야 하는 것이 경유 여부, 가격, 출발 및 도착 시간 등이다. 흔히들 영국 런던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항공권을 끊는 것 같다. 그쪽이 상대적으로 싸다나 뭐라나. 나도 프랑크푸르트로 항공권을 끊었다. 그런데 in과 out을 달리 하면(스카이스캐너에서는 '다구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좀 더 선택사항이 많아진다고 한다. 즉 출발할 때는 인천공항->프랑크푸르트, 돌아올 때는 파리->인천공항, 이런 식으로 짜는 것.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해질 수 있다고.
스카이스캐너에서 항공권 찾는 작업은 꽤 재밌고도 끝이 없는 일인데, 매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 되도록이면 빨리 끊자. 빨리 끊을수록 싼 건 확실하다. 가끔 날짜를 조금 조정함으로써 훨씬 싼 항공권을 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즉 원래 출발 예정한 날짜보다 일주일 당겨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나 같은 경우엔 그렇게 일정을 조정해서 루프트한자 직항(11시간 정도)으로 왕복 87만원짜리 특가상품을 구했다. 잘 모르겠지만 엄청 잘 나온 상품이라고. 직항이 물론 제일 좋은데, 경우에 따라 경유도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다. 어지간해선 가보지 않을 도시를 경유차 잠시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듯. 단 그만큼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점을 감안해야겠다. 경유로 돌면 상대적으로 싸게 나오는 것도 분명하니, 이동시간이 조금 더 들더라도 가격을 줄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경유권도 충분히 구해봄직하다.
스카이스캐너에서 구했다면 대체로 특가상품이므로 '환불 불가'다. 이건 아주 불리한 규정이면서, 동시에 결심을 흔들지 않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제한규정이기도 하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떠나는 수밖에. 그래서 사실상 항공권을 구매하고 나면 그 다음 일은 쭉쭉 풀리게 돼 있다. In&Out 공항에 맞춰 일정과 경로를 확정짓고 나면, 그 일정에 맞춰 숙소를 구하고, 기차 이동권을 구매하고, 환전을 한다. 순식간이다.
아참, 외국계 항공사에서 항공권 구매할 때 체크카드로 구매하는 경우에 당황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미 결제가 완료됐는데, 며칠 지난 후에 추가로 출금이 이뤄지는 경우다. 외국계 항공사이므로 원화로 결제해도 그게 유로화로 자동환전돼 결제되는 과정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발생하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붙잡아두기' 같은 개념이란다. (참고) 며칠 지나면 다시 수수료 만큼만 빠지고 재입금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험이 불편하면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한국계 항공사에서 결제하거나 하면 될 것 같다.
아참, 그리고 스카이스캐너에서 작업할 때는 쿠키를 지우는 등 작업기록을 계속 지워주란다. 직전에 살펴본 항공권의 가격에 맞춰 다시 검색을 하도록 알고리즘이 짜여있다고.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