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벌써 태어난 지 일 년이 됐다. 한 살 엉아가 된 우리 아이는 제법 할 줄 아는 게 많아졌다. 사람 테가 조금은 난다고 해야 할까.
오늘은 아이 생일을 준비하기 바빴다. 이리저리 바쁘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와중에 든 생각.
'나도 아이를 낳은 지 일 년이 됐네.'
마트를 가려고 나왔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났다. 아이를 언제 낳을지 몰라 초조하기도 하고 기대감도 부풀었던 그날, 그 냄새 그 느낌.
아이를 갖고 40주 내내 껌을 달고 살았을 정도로 입덧이 심했다. 침도 삼키지 못해, 침을 뱉어가면서 밥을 욱여넣었다.
직업이 기자인지라 사람 만나는 일이 많았다. 입덧이 심했던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산부는 같이 일 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였다. 그래도 일 처리하는데 빈틈이 많았을 텐데, 같이 일하는 선후배, 동기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나는 참 복 많은 인간이다.
40주되던 날, 저녁 운동하다 물컹하는 느낌이 들었다. 양수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오라는 당직 간호사의 말에 가볍게 생각하고 병원에 갔다. 결국, 그 후로 한 달 이상을 집에 가지 못했다.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고 올걸, 땅을 치고 후회했던 순간들.
24시간 진통 끝에 40주 1일 pm10시 25분에 아이를 낳았다. 난산 탓에 눈, 얼굴, 배실핏줄이 다 터졌다. 얼굴 몸은 퉁퉁 부어서 휠체어 타고 분만실 밖으로 나왔다. 자연분만으로아이를 낳아 병실에서 바로우유와 저녁밥을 먹었다.
이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벌써 복직할 때가 다 돼서워킹맘이 될 준비를 한다. 생각해보면 항상 미래는 지금보다 쉽겠지, 나아지겠지 했지만 현재가 제일 쉬웠다. 그래서 과거는 늘 그리운 시간이다.
아무튼 어찌어찌 낳아 깡으로 버티며 키우다 보니 아들은 한 살이 됐다. 한없이 부족한 엄마였을 텐데도 재롱도 피우고 엄마도 좋아해 주는 귀염둥이 아들이다. 아이는 정말로 저절로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