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200531
'괜찮다'는 말을 좋아한다. '좋다'와 '나쁘다'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이 단어는 '적당함'을 좋아하는 내 인생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을 때 지나치게 낙관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나쁜 일로 힘들 때에도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안 끼치기 위해 자주 하는 말이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절반의 위로로, 또 절반의 자조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5월 한 달을 지나보내며 적절한 말을 고를 때에도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말이 '괜찮다'였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n차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나는' 괜찮았다. 무사히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주변에서 엄청난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한 달, 투자한 종목들을 지켜보면서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올해 안에는 백신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경제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을 쏟아 내도 금융 시장에는 큰 위기는 없었다. 이제는 상황에 적당히 적응한 것인지, 이번 기회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내가 겪었던 손실들이 점차 회복되는 수준을 넘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달 50만원이라는 돈이 큰 돈은 아니지만, 없으면 아쉬운 돈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의 수준을 앞으로도 유지하길 바란다. 다음 주면 목표한 기간의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이사를 하게 되는 시점까지 다시 큰 위기 없이 무사히 순항하기를 바란다. 1등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목표한 지점을 향해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5월을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결정은 일본 인버스 ETF를 손절매하는 것이었다. 처음 인버스 ETF를 사고나서 마치 '초심자의 행운'처럼 18%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던 녀석은 결국 일본은행의 적극적인 시장부양책을 이기지 못하고 힘이 빠졌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와 올림픽 연기(취소)를 기대하며 사봤던 종목인데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208,447원으로 시작했던 투자는 환전을 거쳐 190,626원이 남았고, 약 8.5%의 손실(17,821원)을 내게 남겼다.
전세계 증시가 상승장으로 접어들면서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2 종목이 있었는데, 미국 소비재 관련 ETF와 베트남 ETF였다. 트럼프는 코로나 사태가 완벽히 컨트롤 되는 상황이 아님에도 경제 성장을 위해(11월 재선을 위해) 무리하게 경제활동을 재개시켰고,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면서 소비재 관련 종목들이 괜찮아 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이런 기대가 적중했는지는 모르지만 3주가 지난 시점에서 10.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효자 종목이 됐다.
베트남 ETF는 일본 인버스 ETF를 팔고 남은 돈을 어디에 넣을까 고민하다가 우격다짐으로 넣은... 비합리적 투자였다. 미국과 중국이 홍콩 문제로 갈등이 다시 시작됐고, 어디에 추가로 넣을지 우왕좌왕하다가 매수했는데, 아직은 큰 변동 없이 제자리 걸음을 유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ETF 시장이 전세계 상승 추세에 발맞춰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괜찮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외 비과세 펀드도 꾸준히 좋은 실적을 만들고 있는데, 가장 큰 성과는 역시 미국 쪽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도 큰 손실 없이 한 계단, 한 계단 상승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이게 재테크하는 재미란 말인가? 하지만 분명한 건 개인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 수익을 통한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고통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꾸준히 잘 하는 것만이 답인데, 너무 뻔한 답이면서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여전히 조심스럽다.
5월이 마무리되고 6월로 넘어간다. 6월에는 어떤 곳에 투자를 해볼 것인가? 남은 일주일 잘 고민해서 즐거운 6월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