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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ffalobunch Jan 17. 2022

후회가 담긴 시간의 무게는 오늘도 꽤나 무겁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셨다. 큰집의 고모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집안 대표로 급히 내려오라고 하셨다. 큰집의 고모할머니께서는 96 고령의 나이에도 정정하셔서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밭일을 하실 정도로 건강하셨으니. 가족들 모두가 깜짝 놀랄 일이었다. 알고 보니  며칠  급격히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했다. 고령의 고모할머니의 하루 일분일초는 우리와 다르게 흘러갔던 것이다.

연락을 받자마자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짐을 싸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KTX를 타고 내려가는 길. 자리가 없어서 역방향으로 앉았기에 뒤쪽으로 2시간 40분을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거꾸로 가는 것 마냥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살아오면서 적어도 열댓 번은 더 해봤던 것 같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행동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 수많은 후회가 담긴 시간의 무게는 오늘도 꽤나 무겁지만 빠르게 흘러갔다.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졌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멋쩍게 웃으며 어머니를 끌어안고 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발인만을 남겨둔 마지막 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퉁퉁 부은 눈으로 웃으며 맞이하는 친척들의 얼굴에는 못 본 주름들이 많이 자리 잡혀 있었다. 이제는 경사보다는 조사로 만나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시간은 몇십 배로 빨리 도망가는 듯했다.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건강하자'라는 인사에 무게가 느껴진다.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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