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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각 Jan 26. 2021

이보게 브런치, 자네 버그 있네

친애하는 브런치에게,


추운 날씨에 블로그 사업은 잘 되는가. 덕분에 글 잘 쓰고 있네.


거두절미하고 자네에게 심각한 버그가 있는 것 같아 몇 자 적네. 얼마 전 나는 두 편의 글을 동시에 써서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다네. 둘 다 노심초사 아끼고 아껴서 써낸 토끼같은 글들이었네.


그런데 글을 연달아 두 편 올리고 보니 <브런치 나우> 피드에 첫 번째 올린 글만이 나오고 있었다네. 발행 취소를 했다가 다시 발행을 해 봐도 여전히 한 편의 글만이 피드에 보였다네. 다시 말해, 내 두 번째 글은 <브런치 나우> 피드에서 독자들에게 소개될 기회도 없이 사라져 버린 셈이었지.


딱히 조회수에 큰 미련이 있는 것은 아니네만, 나는 구독자가 40명 조금 넘는 영세한 작가라네. 그 중에 절반은 브런치 앱을 지우셨는지 한 번 찾아 주시곤 다시 오지 않고 계시네. 이 와중에 자네가 <브런치 나우> 피드에조차 내 글을 소개해 주지 않는다면 내 글은 단 한 명의 독자도 만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네. 자네가 생각해도 심각한 버그 아닌가.


혹시 정책적으로 일분에 하나 이상 글을 올리면 피드에 글이 안뜨게 만든 것이라면 알고리즘이 너무 투박한 것 아닌가 비판하고 싶네. 내가 같은 글로 도배를 한 것도 아닌데 단지 연달아 두 개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 만으로 피드에서 빼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글을 올리기 전에 경고 메시지라도 한 번 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연달아 올리면 <브런치 나우>에서 안보인다고 말일세.


결국 나는 두 번 째 올린 글을 발행취소하고 오 분 정도 기다렸다가 새 글에 붙여넣기를 해서 다시 올렸다네. 예상대로 이번에는 <브런치 나우>에 뜨더군. 그럼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니냐고? 그런데 말일세,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더군. 들어보게.


<브런치 나우>에 뜨지 않아서 발행취소를 한 글의 URL 주소 번호는 15번이었다네. 그렇지, 바로 지금 쓰고 있는 이 글 주소일세. 문제는 15번 URL은 한 번 발행을 했다 취소를 한 관계로 다시는 <브런치 나우> 상단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일세. 그냥 15번 글은 삭제하고 새 글을 쓰면 된다고? 물론 그건 맞는 말일세.


하지만 15번 URL을 삭제하면 다시는 내게 15번 URL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네. 물론 무서워서 삭제 시도는 해보지 않았네만, 한 때 백엔드 디벨로퍼였던 내 감으로는 자네들이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큰 인덱스 번호에 더하기 1을 하는 방식으로 URL 주소를 생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네. 따라서 내가 15번 글을 지워버리는 순간, 내 브런치에 15번 글이 다시는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나는 그저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존재가 소멸되어 버릴 15번 URL이 너무 안쓰러웠다네. 차마 삭제 버튼을 누를 수 없었지. 하지만 이미 피드 상단에 오를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린 15번 URL에게 내가 무슨 임무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네. 고심 끝에 나는 브런치 자네에게 15번 URL로 버그 리포트를 작성하기로 했다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글은 아마도 조회수 0을 기록할 것 같네만, 자네라도 읽어준다면 조회수 1이 될 수는 있을것이네. 그거면 만족한다네.


아마도 URL 인덱스 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은 바꾸기 힘들 것이라 생각되네. 하지만 동시에 두 개의 글을 발행했을 때 하나만 <브런치 나우>에 보이는 현상은 좀 고쳐주지 않겠나. 부탁하네.


앞으로도 건승하고 행운을 비네.


마음 상한 자네 친구,

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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