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착한 일 엄청 많이 했어
내가 어릴 적 아빠는, 크리스마스 즈음에 산에서 나무를 잘라 오셨다.
페인트통처럼 생긴 직사각형 통에 흙을 담아
나무를 푹 꽂았다. 우리는 초록, 빨강 모루장식을 둘렀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그 시절의 트리는 투박했지만, 참 따뜻했다.
지금의 나는 다이소에서 트리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장식한다.
조명도 달고, 장식도 더 화려해졌지만
예전만큼 마음이 따뜻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기념일이라는 건 대부분 장삿속 같고
그 흐름에 휩쓸리는 것 자체가 못내 불편하다.
선물을 사고, 또 사야 하고,
그 안에 나도 발을 담그는 일이 버겁다.
첫째와 둘째는 이런 내 성향을 일찍 파악해서인지
크리스마스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막내는 아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작년에 친구들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이런 장난감을 받았다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한다.
막내: 엄마, 이제 크리스마스 다가와.
나: 그래?
막내: 나 산타할아버지에게 이거 달라할 거야.
슈팅스타팩트
나: 산타할아버지 이제 안 와.
막내: 있어.
나: 있는데 우리 집에 안 온대.
막내: 아니야 와. 나 착한 일 엄청 많이 했어
맞다. 착한 일 참 많이 했지.
그 말에 나는 괜히 뜨끔했다.
문제는… 집에 장난감을 둘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삐뽀삐뽀 구급차, 인형의 집, 냉장고, 움직이는 강아지...
놓을 데도 없고, 치울 데도 없다.
그런데 또 장난감이라니.
저번에 막내가 재미있다고 했던 책을
1권부터 7권까지만 사준 터라
나머지 책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셋별아 산타할아버지한테 사달라고 한 그거는 장난감이야?
막내: 응
나: 근데 산타할아버지가 장난감 말고 책은 사줄 수 있을 것 같대.
막내: 책은...
크리스마스에....
책은....
책은 너무 섭섭해.
어릴 적,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던 크리스마스트리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내 겨울을 반짝이게 해 준 추억이었다.
막내에게도 그런 기억 하나쯤은 남겨주고 싶다.
금방 사라지는 기쁨이 아니라
두고두고 마음속에 남을,
한 번이 아니라 오래 행복할 그런 크리스마스 선물.
올해는 그걸 찾아보려 한다.
벌써부터 마음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