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와 버스'로 요약된 서울여행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지난주 우리 가족은 새벽 6시 4분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갔다.
남산타워 → 경복궁 → 인사동
인사동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찾던 중
주머니에 있던 카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입장권을 끊고 카드를 주머니에 넣은 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꺼낼 때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밥을 먹고 있는 와 중에도 ‘이 카드를 찾으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밥을 먹는 건지 고민을 먹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분실신고를 해도 됐지만
이 카드는 나의 교통카드였고,
잃어버리면 남은 일정 내내 대중교통이 불편해질 게 뻔했다.
게다가 인사동과 경복궁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내가 지나온 길을 한 번쯤 더 돌아본 뒤 신고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경복궁에 카드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혼자 다녀와도 된다고 했지만
첫째가 함께 가겠다고 해서 마음이 든든해졌다.
경복궁으로 다시 돌아가 입장권을 또 한 장 끊고 매표소에 물었다.
“혹시 분실카드 들어온 거 있나요?”
없다는 말에 낙담하며 돌아서는데
직원분이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내소가 있어요.
거기에 문의 한 번 해보세요.”
입장권을 보여주며
카드를 분실했는데 안내소가 어디냐고 묻자
경복궁으로 들어서는 문 바로 오른쪽에 안내소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분은 통화 중이었고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혹시 분실카드 들어온 거 있나요?”
“어느 카드요?”
“신한카드요.”
“성함이요?”
OOO.
“여기요.”
있다!
카드가!
관광객이 주워서 갖고 오셨단다.
순간,
기죽어 있던 나의 어깨와 얼굴이
한순간에 펴졌다.
마음속에서는 작은 환호성이 터졌다.
일지에 내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고
카드를 받아 나오는데
세상은 참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다시 신랑과 아이들이 있는 인사동으로 돌아오는 길,
첫째와 손을 잡고 걸으며 이야기했다.
우리도 나중에
이렇게 넓은 장소에서 분실물을 발견하게 되면
지나치지 말고 꼭 안내소에 갖다 주 자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자고.
카드를 찾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쌈지길을 열심히 걸어도 걸을만했다.
이제 재밌는 일만 남았다 했다.
붕어빵과 호떡을 먹고 서울은 참으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사람들, 볼거리가 많구나 생각했다.
여유를 찾은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천천히 고속터미널로 향했고
7시 40분 버스를 기다렸다.
신랑, 첫째, 둘째에게
각각 좌석 QR코드를 보내주고
신랑이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둘째, 첫째, 나와 막내가 마지막으로 올라탔다.
QR코드를 찍었는데
좌석번호 안내 멘트 대신
“승차권을 확인해 주세요”라는 말만 네 번 흘러나왔다.
'이상하다. 왜 안 되지?'
신랑이 일단 내려서 확인해 보자 했고
우리 다섯 명은 버스에서 내렸다.
안내하시는 분께 휴대폰을 보여드렸다.
그분의 말.
“이 티켓은 오전 7시 40분 티켓이네요.”
아뿔싸!!!!!!!!!!!
19시 40분 티켓을 끊었어야 했는데
아침 7시 40분 티켓을 끊어버린 것이었다.
신랑은 급히 터미널로 뛰어 들어가
무인발권기에서 세종으로 가는 버스를 찾기 시작했고
첫째도 함께 검색에 나섰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지만
시간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왜 이런 실수를 했지.
버스표는 있을까.
집에는 갈 수 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세종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매진.
신랑과 첫째는 대전청사로 가는 8시 41분 버스표를 끊었다.
2시간 소요.
10시 41분이면 집까지 가는 버스가 애매한 시간.
그곳에서 택시를 타든 찜질방에서 자면 되겠지 싶어 다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도 신랑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핸드폰으로 쳐다봤고 발권기에서 검색을 했다.
그리고 나에게 소리쳤다.
"아까 대전청사로 가는 티켓 취소해.
8시 10분 공주 티켓 끊었어."
우리는 8시 10분 공주행 버스를 탔다.
9시 40분 공주 도착.
엄청 피곤해서 한숨 잘 법도 했지만 오늘 집에 도착은 할 수 있을까 싶어 잠이 오지 않았다.
7시 40분 버스에 내려 공주행 8시 10분 버스를 타기까지의 30분이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공주의 회전교차로 중앙에 설치된 작은 트리를 보았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서울의 반짝반짝 화려한 트리와 건물을 보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오늘 나의 하루가 꼭 공주에 세워진 저 트리 같았다.
카드를 잃어버리고,
이걸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버스 티켓까지 잘못 끊고.
오늘 하루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계속 뭔가를 놓치고, 다시 돌아가고,
한 박자씩 어긋난 하루였다.
공주에서 막차를 타고 세종에 도착했고
신랑은 자전거를 타고
새벽에 주차해 둔 자동차를 가지러 갔다.
아이들과 나는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11시 집 도착.
우리 가족은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4분 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가
밤 11시에 집에 돌아왔다.
나는 이제
“오후 7시 40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금 시간은
14시 50분이다.
덧, 아이들에게 이번 서울여행에서
어떤 게 제일 기억에 남았냐고 물었다.
막내: 카드랑 버스 티켓
둘째: 엄마가 카드를 잃어버렸고, 버스를 잘못 탄 거
첫째: 버스
신랑: 카드 분실과 동시에 찾은 거랑
집에 못 돌아오고 첫 외박을 할 뻔했다가
결국 집에 올 수 있었던 것.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야심찬 계획은
이렇게 ‘카드와 버스’로 요약되며 끝나버렸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함께 당황했고, 함께 웃었고,
결국은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아마 언젠가
아이들 기억 속에서 이 여행은
“엄마가 실수했던 서울 여행”으로 남겠지만,
그마저도 우리 가족만의 추억이 될 거라 믿는다.
(속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침착하게 티켓을 알아보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제일 분주했던 신랑과
당황한 나 다신 아빠 옆에서 티켓을 검색하고 동생들을 돌봤던 첫째,
어리둥절했겠지만 분위기를 봐가며 따라와 준 둘째와 막내에게 정말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번에 우리 또 서울 가자.
엄마가 이번엔 티켓 확인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