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주일의 순이 Jan 01. 2024

월순이 : 도둑맞은 집중력으로 읽다 (1)

1-2장


드디어 책장을 펼쳤다. 앉아서 책을 보자마자 딴생각이 들고 자꾸 핸드폰으로 손이 간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면서 집중을 못 하는 건 저자한테 실례인 것 같아서 끊어 읽기로 하였다.  어제 1장을 읽고 오늘 2장을 읽었다. 조금씩 책을 읽어나가며 그 순간의 생각들을 붙잡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책을 한 번에 읽고 쓰겠다 하면 책 읽는 속도가 너무 빨라 결국 내용과 깨달음 등이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총 14장이네. 까짓것 늦게 읽어도 이주이다. 이 책이 책꽂이에 꽂혀있던 시간들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심지어 한번 읽지 않고 꽂혀만 있는 꼴이 보기 싫어 예스24에 팔아버렸는데 다음날 어디서 인가 선물을 받았다. 운명인 것이냐. 


막상 책을 읽다 보니 저자 특유의 유머감각이라고 하기에는 안 웃기고 진지한 저널리스트의 칼럼 같은 글이라기엔 웃긴 흐름이 있었다. 1장에 이어 특히 2장은 피식피식 웃으며 읽었다. 저자가 찾은 잃어버린 집중을 다시 찾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요한 하리는 나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한적한 마을로 전자기기를 버리고 떠난다. 그리고 집중을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아무 보상이 없지만 그 행동을 멈추지 않고 빠져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몰입 상태를 설명할 때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흐름을 타다."였다고 한다. 몰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소개한 세 가지를 요약하면 나에게 의미 있는 목표를 설정하여 시도하라,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것으로이다.



2장을 읽으며 내가 마음이 심히 집중이 안되거나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 그것을 헤어 나오기 위해  쓰고 있는 '구덩이에 나를 밀어 넣기'를 생각하였다. 나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 다른 스트레스로 그것을 잠재우는 방법을 쓰곤 한다. 주로 통제 안 되게 신경을 과다하게 써 예민해진 상태의 흐름을 끊어낼 때나, 너무 게으른 내가 한심해 더 이상 한심해하고 싶지 않을 때다. 둘 다 어떤 폭주기관차처럼 정신 에너지가 쓰이려고 할 때 그것을 끊어내고자 하여 쓴다.


작년의 나는 도전할 만한 일이 벌어질 기미만 보여도 도망치는 내가 지겨웠다.  평소 무일무탈이 신조인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던 나였다. 그런 내가 연수를 기획해서 시도하는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무대 울렁증을 극복해야 하는 미션의 구덩이에 나를 스스로 집어넣었다. 빠졌으니 어째야 하나? 빠져나와야지. 잉차! 힘을 모아 빠져나왔다. 스트레스받았지만 꽤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의 나는 친구가 건드린 불안 트리거가 폭발했다. 올해 유독 자책을 넘어선 혼란과 알 수 없는 불안정 상태에 빠져버렸는데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보통의 일거리로는 구덩이 역할을 못하길래 AI 미드저니로 그림책 만들기 스터디를 하며 낑낑대고 작업을 하였다. 진짜 하기 싫었는데 미드저니, 관심 있었던 분야, 호기심, 나만 낙오자가 될 수 없다는 오기가 합쳐져서 결국 며칠 동안 그 생각만 하고 지냈다. 그리고 고생했던 마음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 무너지지 않을, 하지만 넘기 힘든 과제를 부여해 극복하며 집중력을 강제로 발휘하였다. 그리고 그 덕에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한 산만함에 마음의 다른 부분이 무너지지 않는 경험을 하였다. 




[구덩이]는 루이스 쌔커의 청소년 소설책에서 따온 것이다.




구덩이/루이스. 쌔커/창비/2013.12.12.


책의 주인공은 원치 않게 구덩이를 파지만 결국 그 고된 노동활동이라고 해야 할지 벌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활동으로 무기력하게 살던 모습에서 삶의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힘을 얻게 된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도 요한은 미하엘을 만나 몰입에 대해 배우고 몰입을 시도한다. 그냥 쉽게 집중해야지? 하고 얻어진 것이 아니고 억지로 스스로에게 집중을 하는 것이 당연히 앞으로 네가 해야 할 일임을 알려주는 듯한 반복의 과정이 있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이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몰입은 정확한 목표와 유의미한 활동, 그리고 적당한 난이도가 바로 우리를 몰입에 데려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몰입이 처음이거나 오랜만이라면, 또는 다른 이유로 몰입의 순간은 요한이 억지로 앉아한 문장 한 문장을 써간 한 주처럼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때 포기해 버리면 얻을 수 없다.


악기도, 운동도, 생활의 모든 기술 습득과 공부들의 순간이 다 그렇다. 성인인 우리는 이것을 잊지 않고 버티면 맛볼 수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애정 어린 격려가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도 맛보아야 한다. 힘든 1/3을 넘어서면 한결 쉽고 결국 해내는 그 과정과 끝을 볼 때의 기쁨을. 


몰입의 순간을 표현한 미하엘의 말을 보며 러닝의 러너스 하이가 떠오른다. 런데이를 하며 늘 꿈꾸는 그 기분. 비슷하지 않을까. 14장 중 벌써 요한이 집중력을 되찾아 버린 듯해서 찝찝하다. 이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도둑맞은집중력  #요한하리 #몰입

#러너스하이 #구덩이 #루이스쌔커





작가의 이전글 일주일의 순이 시즌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